이필상 교수
정부는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133조원의 자금을 풀고 있다. 외환위기때 투입한 공적자금 160조원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그러나 정부의 자금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오히려 환율과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추락하여 금융시장이 마비상태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경영이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연쇄부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미 건설, 조선, 해운, 철강 등 주요산업들이 위기상태이다. 관련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경제는 실로 위험한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우선 문제가 심각한 건설업에 대해 대주단 협약을 발족시켰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가입신청을 하여 정부방침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함으로써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시장자율을 명분으로 은행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지원만 받겠다는 도덕적해이를 부추기고 있다. 부실기업들과 건전한 기업들이 섞여 있을 경우 아무리 정부가 지원을 해도 자금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지 않는다. 정부대책이 경제의 부실규모를 키우고 부도 위험을 높이는 역효과만 유발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차단하고 정부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구조조정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자율에 맡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어느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스스로 퇴출, 인수합병, 자산매각, 감원 등을 하겠는가? 정부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예외 없이 지원을 중단하는 강제성이 불가피 하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옮겨가면서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물가가 내리는 극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사실상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경제는 버팀목인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11월 들어 지난 20일 까지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14.3%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국자본은 같은 기간 2조원이나 빠져나갔다. 한편 내수 경기침체가 급격히 심화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가계대출과 기업대츨이 한꺼번에 부실화하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에 의한 실물경제의 붕괴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막연한 낙관이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더 이상 구조조정에 머뭇거리면 안 된다.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거국적인 대책기구를 만들어 구조조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필상(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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