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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 세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경제가 부도 위기에 처하여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외국자본에 넘겨주며 울었다.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잃고 울었다. 그리고 부도가 난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살린다고 국민 1인당 4000만 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또 울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돈장사에 눈이 어두워 주택담보대출을 마구 해줘서 서민가계가 부도위기에 처했다. 중소기업들이 돈줄이 끊겨 줄줄이 쓰러지고 일자리가 말라붙었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막는다며 자금을 풀어 나가는 외국자본에 돈 보따리를 안겨주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무제한 자금을 풀고있다. 1년 예산과 거의 맞먹는 200조 원의 자금을 풀고 모자랄 경우 미국 중앙은행에서 꿔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는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제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가 비틀거리며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환율이 폭등하여 생산비가 올라 공장들이 문을 닫고,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가계부문과 중소기업부문이 위험하다. 또 주가가 반토막이 나 국민들 재산이 증발하고 투자와 소비 여력이 고갈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연쇄적인 국가 부도의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파키스탄, 벨로루시 등 신흥국가들이 줄줄이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대외적으로 외국자본의 지배도가 높고 대내적으로 부동산과 증권시장이 거품으로 들떠 위기의 뇌관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가 불안에 떠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로 문제가 큰 것은 시장의 신뢰 붕괴다. 정부는 출범 이후 성장정책에 매몰되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제 위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정부는 수출을 늘린다고 환율을 올리려다가 물가 때문에 다시 내리는 냉탕온탕식 환율정책을 폈다. 또 부동산 시장은 주저앉고 있는데 주택을 500만 채 늘리겠다는 등 막무가내 건설공급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장관들마다 현실인식이 다르고 대응도 제각각이다. 모든 정책과 수단을 소진하고 경제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부의 위기가 실로 큰 위기다.
문제가 심화될 경우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위기는 다단계 투기시스템으로 바뀐 자본주의 금융체제의 붕괴 위기다. 따라서 향후 국제 경제질서의 혼돈과 붕괴 그리고 재편 과정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이 올 들어 300억 달러나 빠져나가 경제의 밑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붕괴다. 주택담보대출이 300조 원,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100조 원 가까운 상태에서 대출금리가 10%대까지 올라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동시에 무너지면 경제는 산업현장이 멈춰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공황에 빠진다.
우리 경제는 제2의 한국전쟁이라고 했던 외환위기를 또 겪을 수는 없다. 정부는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경제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한시바삐 경제팀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하여 지난 10년간 국민들의 희생으로 다시 살려낸 경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여기서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이익 보호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경제를 이끄는 주체로서 산업현장을 살리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에 나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