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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가 뿔났다. 노조는 18일 성명을 내고 ‘최시중 퇴진 정연주 사수’

이경희330 2008. 6. 20. 01:34

<칼럼>KBS 노조가 뿔났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일선 PD들도 PD협회에 대립각을 세우며 극심한 분열상 연출

최용일, solbeeya@todayfocus.kr

 

 
▲ 정연주 사장 퇴진 시위 중인 KBS노조(위)와 정이병 구하기에 나선 촛불집회자들(아래) 
KBS 노조가 뿔났다. 노조는 18일 성명을 내고 ‘최시중 퇴진 정연주 사수’를 내건 촛불 집회의 ‘외부 개입설’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촛불집회 주최측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노조는 “전 정권은 KBS 구성원 절대 다수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정 사장을 KBS에 밀어 넣어 공영방송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면서 “MBC 사장을 마친 직후 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최문순 의원이 촛불집회에 나와 정 사장 사수를 주장하는 것이나, 친노 단체인 '국민참여 1219'가 집회를 주도하는 것에선 순수한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에 앞서 같은 날 KBS 일선 PD들도 PD협회 집행부 퇴진을 주장하고 나서 노조와 행보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PD들은 그동안 '정연주 사장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던 PD협회가 최근에는 외부 '촛불 집회'까지 끌어 들이는 데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문에 '촛불집회' 광고를 내고, 일부 민주당 의원과 노 정권에서 친정부 성향(현재는 반정부 성향)을 보였던 단체들과 연계해 ‘KBS 사수 운동’을 펼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PD 사회 내에 형성되고 있다.

편성·예능·드라마·라디오 등 주요 분야 별 PD들의 '반(反) PD협회'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18일 발족한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는 ▲특정 정파에 편향적인 PD협회 집행부의 퇴진 ▲협회비 사용 내역 공개 등을 주장하고 나서 노조의 원장퇴진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정이병 살리기에 나선 짝퉁 횃불시위대를 뻘쭘하게 만들었다.

협의회 간사를 맡은 이은수 PD는 “현 집행부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데다 돈 쓰는 문제를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집행부에 동의하지 않는 PD들이 이번에야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협회 집행부는 선후배 PD의 의견을 묵살한 채 '촛불집회 신문광고'를 강행하는 등 모든 일을 독선적으로 처리했다. 자신의 의견을 표시한 일부 PD를 뒷조사하는 등 시대착오적 행태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이처럼 공개적인 PD협회 비난에 나서면서 사내 동조 세력을 규합하는 한편, '협회비 납부 중단 운동'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직접 만나 간담회를 갖고, PD협회 집행부의 노선을 직접 설명한 뒤 그 쪽이 주장하는 것을 정확하게 듣고 싶다”고 말하면서 진화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의 사장퇴진운동과 맞물려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KBS의 일선 PD들이 그동안 '침묵하는 다수'에서 벗어나 PD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현재 KBS는 정 사장과 그 지시를 받는 간부급 직원들과 노조를 중심으로 정연주 사장퇴진을 주장해온 일반직원들 사이의 골이 깊어지면서 심각한 분열상마저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KBS보다 더 적극적인 편집증마저 보이면서 미친소 파동을 주도해 KBS와 ‘미친 방송’ 경쟁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MBC에서도 이날 MBC 시사교양국 정수채(57) PD는 "이념과 사상을 이용해 개인의 출세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부 세력에 혐오와 염증을 느낀다"며 이날 PD협회 탈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사장퇴진으로 골이 깊어진 KBS와 달리 그동안 일사분란하게 촛불집회 홍보방송을 주도해온 MBS에서 첫 번째 PD협회 '탈퇴자'가 나오면서 촛불집회 주최측의 당혹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대 지상파 방송에서 가장 큰 세력으로 자리 잡은 PD들이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일부에서는 KBS 노조가 뉴라이트에 의해 장악 당하여 촛불집회를 막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정연주 사장을 흠집내는 것처럼 ‘영웅 조작극’을 벌이고 있지만, 그건 아니라는 게 지난해부터 KBS사태를 지켜본 사람이면, 그리고 KBS 노조의 활동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KBS노조는 한국노총도 아닌 민주노총 산하의 꽤나 강력하고 전투적인 노조였다. 그럼에도 ‘적의 적’은 친구라는 잣대 하나로 ‘정이병 구하기’에 나서 자신들의 동료인 KBS노조를 주구로 몰아간 데 대해 KBS노조가 뿔났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는 분명 내부갈등에 의한 전향 형태로서 민주노총의 강력한 지침에 따라 파업을 강행하다 조합원과 대립각을 세운 현대차 노조의 경우와는 또 다른 적전분열상인 것이다.

쇠고기 문제로 힘이 딸리자 이것 저것 다 들이대다 공영방송 장악 기도 어쩌구 하니까 KBS앞에 가서 "우국지사 정연주를 보호하자, 사장 퇴진을 주장하는 자는 이명박 편이다. 응징하자"고 했으니 이거야 말로 사정도 모르면서 부부 싸움에 끼어들어 우리 애인 왜 때리느냐고 할 족속들이니 그게 제정신인가? 현대차 노조의 파업유인에 이어 KBS앞 시위는 스스로 무덤을 판 대표적인 패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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