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학과·학부 등 광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도록 돼 있는 규정이 사라져 지난 95년 시작된 학부제가 사실상 전면 폐지된다. 대학이 원할 경우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것도 가능해지며 학·석사 통합 학위과정도 설치할 수 있다.
학칙 제·개정 때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는 규제도 사라진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학부제 폐지와 함께 단과대학이나 처·실·과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는 등 몸놀림이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4년제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학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인재양성의 책임은 대학이 져야한다는 관점에서 대학의 자율을 적극 검토하고, 모든 면에서 자율적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 역시 “대학의 발목을 잡는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과부가 대학총장들 앞에서 밝힌 대학지원방안은 새 정부가 표방했던 ‘대학 자율화’의 방향을 처음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학과별 모집 허용…학부제 전면 폐지= 교육부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대학이 모집단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학부제 전면 폐지를 의미한다. 교과부는 6월까지 이를 위한 법령 개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복수학과 또는 학부별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95년부터 일부 대학에서 시행된 학부제는 정부가 1단계 BK21사업의 참여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전국 대부분 대학으로 확대 시행됐다.
사립대의 경우 학문 특성이나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한 경우 교육부 승인을 얻어 모집단위를 결정할 수 있지만 국립대는 개별학과 모집이 아예 금지돼 특히 폐지요구가 높았다. 학문 특성을 무시한 모집단위 광역화로 일부 인기학과 편중, 문·사·철 고사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박종구 교과부 제2차관은 “학부로 뽑고 싶은 대학은 학부로, 학과로 뽑고 싶은 대학은 학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며 “2009학년도는 이미 입시요강이 발표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10학년도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학과정원 역시 대학 자율로 정할 수 있지만 사범계열과 의료계열은 여전히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모집단위 규정 폐지에 따라 현재 복수학과 또는 학부별로 정하도록 돼 있는 교원의 소속 역시 앞으로는 대학별로 실정에 맞게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연구소에 소속돼 연구에만 전념하는 교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교과부의 부연설명이다.
■ 학칙 보고 폐지, 9월 학기제 허용= 학위과정이나 학기 운영도 훨씬 유연해진다. 학칙 제·개정 때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과 학년도 시작일(매년 3월 1일) 및 만료일(이듬해 2월말) 규정이 폐지돼 대학이 원하는 시기에 학기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학생정원이나 수업연한, 학기와 수업일수, 교과의 이수단위, 학점인정 등에 대한 학칙을 개정한 경우 14일 이내에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절차가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 대학처럼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일년에 3학기제나 4학기제를 운영하는 것도 훨씬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학위운영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는 석·박사를 통합한 학위과정을 설치하는 것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학·석사가 통합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석·박사 통합 학위과정이 최소 3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5~6년 만에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 국립대 인사·조직운영도 숨통=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국립대가 될 전망이다. 학부제 전면 폐지와 함께 국립대의 인사·조직 관련 규제도 대폭 풀린다. 교과부는 국립학교설치령을 개정, 단과대학 및 처·실·과 등 하부조직 설치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립대의 경우 외부 환경변화에 맞춰 부총장제도를 도입하거나 처·실 등을 신설하려고 해도 국립학교설치령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2년으로 돼 있는 대학원장, 단과대학 학장 등 보직교수 임기제 규정도 폐지한다.
대학 재정 운용에 숨통을 터 주기 위한 방안도 빠지지 않았다. 교과부는 대학연구소를 교지 밖의 산업단지, 연구단지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대학 내에 민간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현장실습 및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강화될 수도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해 새로 시작하는 재정지원사업부터 대학의 대응자금(메칭펀드)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R%D 간접경비 지원 비율도 현행 15% 수준에서 최대 23%까지로 확대하겠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2008년 3704억원 규모인 개인·소규모 연구비를 2012년까지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기초연구의 경우 연구지원과 평가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박종구 2차관은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항은 올 6월까지 규제를 즉각 없애도록 하고 고등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과제는 올해 중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 법령 일체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높아진 대학자율화요구에는 미흡” 지적도= 그러나 이날 발표된 규제완화 대책이 현 정부 들어 높아지고 있는 ‘대학 자율화 요구’를 100%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학년도 시작일 및 만료일 규정 폐지’의 경우 지금도 실질적으로는 2월말에 개강을 하는 대학이 많은데, 단지 법령상으로는 위법이 되는 상황을 벗어나게 해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학부제 폐지’나 ‘대학 내 민간기업 유치’ 등도 지난해 5월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이나 8월 ‘대학자율화 추진 과제’발표 때 제시됐었고, 간접비 비율 확대 역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등장했던 내용이다. 규제완화 대상이 사립대보다는 국립대에 더 초점이 맞춰진 측면도 있고, 일부 방안은 구체적인 시행계획도 부족했다는 평가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논의 수준에서 나왔던 내용을 이번에는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며 “그동안 대학들이 건의한 것 내용 중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부터 밝힌 것이고, 앞으로 추가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규제완화의 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대학신문
학칙 제·개정 때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는 규제도 사라진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학부제 폐지와 함께 단과대학이나 처·실·과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는 등 몸놀림이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4년제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학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인재양성의 책임은 대학이 져야한다는 관점에서 대학의 자율을 적극 검토하고, 모든 면에서 자율적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 역시 “대학의 발목을 잡는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과부가 대학총장들 앞에서 밝힌 대학지원방안은 새 정부가 표방했던 ‘대학 자율화’의 방향을 처음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학과별 모집 허용…학부제 전면 폐지= 교육부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대학이 모집단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학부제 전면 폐지를 의미한다. 교과부는 6월까지 이를 위한 법령 개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복수학과 또는 학부별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95년부터 일부 대학에서 시행된 학부제는 정부가 1단계 BK21사업의 참여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전국 대부분 대학으로 확대 시행됐다.
사립대의 경우 학문 특성이나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한 경우 교육부 승인을 얻어 모집단위를 결정할 수 있지만 국립대는 개별학과 모집이 아예 금지돼 특히 폐지요구가 높았다. 학문 특성을 무시한 모집단위 광역화로 일부 인기학과 편중, 문·사·철 고사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박종구 교과부 제2차관은 “학부로 뽑고 싶은 대학은 학부로, 학과로 뽑고 싶은 대학은 학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며 “2009학년도는 이미 입시요강이 발표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10학년도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학과정원 역시 대학 자율로 정할 수 있지만 사범계열과 의료계열은 여전히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모집단위 규정 폐지에 따라 현재 복수학과 또는 학부별로 정하도록 돼 있는 교원의 소속 역시 앞으로는 대학별로 실정에 맞게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연구소에 소속돼 연구에만 전념하는 교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교과부의 부연설명이다.
■ 학칙 보고 폐지, 9월 학기제 허용= 학위과정이나 학기 운영도 훨씬 유연해진다. 학칙 제·개정 때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과 학년도 시작일(매년 3월 1일) 및 만료일(이듬해 2월말) 규정이 폐지돼 대학이 원하는 시기에 학기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학생정원이나 수업연한, 학기와 수업일수, 교과의 이수단위, 학점인정 등에 대한 학칙을 개정한 경우 14일 이내에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절차가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 대학처럼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일년에 3학기제나 4학기제를 운영하는 것도 훨씬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학위운영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는 석·박사를 통합한 학위과정을 설치하는 것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학·석사가 통합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석·박사 통합 학위과정이 최소 3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5~6년 만에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 국립대 인사·조직운영도 숨통=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국립대가 될 전망이다. 학부제 전면 폐지와 함께 국립대의 인사·조직 관련 규제도 대폭 풀린다. 교과부는 국립학교설치령을 개정, 단과대학 및 처·실·과 등 하부조직 설치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립대의 경우 외부 환경변화에 맞춰 부총장제도를 도입하거나 처·실 등을 신설하려고 해도 국립학교설치령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2년으로 돼 있는 대학원장, 단과대학 학장 등 보직교수 임기제 규정도 폐지한다.
대학 재정 운용에 숨통을 터 주기 위한 방안도 빠지지 않았다. 교과부는 대학연구소를 교지 밖의 산업단지, 연구단지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대학 내에 민간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현장실습 및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강화될 수도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해 새로 시작하는 재정지원사업부터 대학의 대응자금(메칭펀드)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R%D 간접경비 지원 비율도 현행 15% 수준에서 최대 23%까지로 확대하겠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2008년 3704억원 규모인 개인·소규모 연구비를 2012년까지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기초연구의 경우 연구지원과 평가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박종구 2차관은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항은 올 6월까지 규제를 즉각 없애도록 하고 고등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과제는 올해 중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 법령 일체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높아진 대학자율화요구에는 미흡” 지적도= 그러나 이날 발표된 규제완화 대책이 현 정부 들어 높아지고 있는 ‘대학 자율화 요구’를 100%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학년도 시작일 및 만료일 규정 폐지’의 경우 지금도 실질적으로는 2월말에 개강을 하는 대학이 많은데, 단지 법령상으로는 위법이 되는 상황을 벗어나게 해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학부제 폐지’나 ‘대학 내 민간기업 유치’ 등도 지난해 5월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이나 8월 ‘대학자율화 추진 과제’발표 때 제시됐었고, 간접비 비율 확대 역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등장했던 내용이다. 규제완화 대상이 사립대보다는 국립대에 더 초점이 맞춰진 측면도 있고, 일부 방안은 구체적인 시행계획도 부족했다는 평가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논의 수준에서 나왔던 내용을 이번에는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며 “그동안 대학들이 건의한 것 내용 중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부터 밝힌 것이고, 앞으로 추가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규제완화의 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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