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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소신 상관없이 정치판 기웃

이경희330 2008. 4. 4. 08:58
 
권력층 줄대기로 교육 연구는 뒷전
“교수님을 믿고 수강신청을 했는데 다른 강사가 수업을 맡아서 수강신청을 변경했다.” 인천대 김대익(무역학과·3·가명)씨는 이번 학기 조전혁 교수(경제학과)가 맡은 ‘미시경제학’을 수강할 계획이었으나 강사로 대체되는 바람에 다른 과목으로 수강신청을 변경해야 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이성민(컴퓨터정보학과·가명)씨는 정창덕 교수의 총선 출마 사실을 모른 채 수강신청을 해 후회막급이다. 그는 “교수님이 강의를 계속 맡고 계시지만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학기는 18대 총선뿐 아니라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청와대, 내각, 정부산하 기관 등으로 교수들이 대거 차출되면서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는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공개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을 보면 대학 전임교수만 5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공천탈락 교수들까지 합세하면 정치권을 주위를 맴도는 교수는 총 150여명. 물론 옥석은 가려내야겠지만 이들 대부분 교수들에게 교육과 연구는 뒷전이다.

대학 교수들의 정치권 줄대기에 대해 학계에서도 비판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논란의 핵심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런 비판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식견을 갖고 정·관계에 진출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전문지식을 정책화 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교수라는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출세로 활용해 강의나 연구를 소홀히 한다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교수들은 교수직을 사직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홍성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권력의 눈치를 살펴 줄서기를 하는 정치교수들이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학문과 관련된 공직 등 경우에 따라 교수의 공직 겸직이 허용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교수의 공직 겸직은 금지해야 된다”고 말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지금 대학 교육현장은 폴리페서 때문에 아수라장”이라며 “강의와 연구에 충실해야 하는 직업의식을 망각한 일부 교수들 때문에 그 시간을 대신한 시간강사의 강의로 학생들의 수업권 피해가 막대하다”고 질타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은 또 “전문지식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고 참여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다만 학생, 학부모들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며 “벼슬이 탐나는 교수는 즉시 사임하고 정치를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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