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섰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8%에 달한다. 7년 3개월 만의 최고치이다. 이번 경제성장률의 상승은 수츨 일변도에서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로 내용이 바뀌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경제가 자생능력을 회복하고 대내외적으로 균형성장을 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수출은 21.3% 증가해 5년 9개월 만의 최고치이다. 반면 내수는 9.5% 증가해 9년 9개월 만의 최고치이다. 이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은 20.0%, 설비투자는 28.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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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
올 1분기에 나타난 높은 성장률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4.3%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간 기록한 성장률은 3.5%에 불과하다. 연간 평균 체감성장률은 2%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성장을 위협하는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에 대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유럽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일본까지 재정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국가채무가 360조원에 달해 연간 이자만 20조원 이상을 갚아야 하는 우리나라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더욱이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수출과 내수가 한꺼번에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악재가 겹칠 경우 경제성장률은 언제든지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경제가 일단 성장여력을 회복한 만큼 위기국면에서 취했던 비상조치들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은 최근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각국 사정에 맞는 출구전략을 쓰기로 결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우리나라는 출구전략을 선제적으로 펴 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이미 우리 경제의 조기 회복을 확신한 외국자본이 유입되면서 증권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850조원이 넘는 국내 부동자금의 합세가 본격화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투기화돼 머지않아 경제가 거품에 주저앉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속도를 내야 할 과제가 구조조정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건설과 조선 등 주요 산업의 부실이 심각해 이를 방치하면 관련 업계와 금융회사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들 업계의 향후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부실채권이 양산될 경우 경제가 쉽게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최근 총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미분양 주택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내놓은 정부의 정책은 역주행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첨단산업, 미래산업, 지식서비스산업 등 신산업 발굴에도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정부의 재정건전화도 절실하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기업이 주요 국책사업을 떠맡아 부채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년 새 공기업 부채는 20% 이상 늘어 213조원을 넘었다. 성장을 위한 무조건적 팽창정책을 지양하고 공공부문의 조직과 지출을 과감하게 줄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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