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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가 부진하고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세 하락의 전조’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대박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뜻이다. 우선 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 통과, 용적률 상향 조정 등 대형 호재가 터져 나와도 시장이 꿈쩍 않는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3.3㎡당 평균 가격이 3000만 원 아래로 떨어지고 거래는 한산하다. 신도시인 분당이나 용인도 마찬가지다. 5개월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이고 대형의 경우 한 달에 3000만~4000만 원씩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청라지구에서는 분양가 이하로 살 수 있는 아파트까지 나왔다.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도 나타날 수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 하락현상이 대세로 굳어질 것인가? 먼저 인구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핵심 주택수요 계층인 35~54세의 인구가 2012년부터 감소한다. 또 47~55세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다. 한편 주택 보급률이 2002년 100%를 넘어선 후 계속 증가세이다. 더 나아가 주택가격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고 가계 빚이 너무 많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0%를 넘어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렇게 볼 때 향후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인구구조가 바뀌어도 주택수요는 계속 증가할 소지가 크다. 1인 가구나 2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전체 가구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이주 수요가 급격히 늘 전망이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 때문에 묶어 놓은 총부채상환 비율과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자금유입이 대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4대강 개발 등 재정사업의 추진으로 토지보상금이 올해에만 30조 원 이상 풀릴 것으로 예상되어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이 주거수단인 동시에 재산증식 수단이라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흔히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월세나 전세로 시작한다. 다음 ‘내 집 마련’을 꿈으로 삼고 근검절약하고 소형 아파트부터 산다. 다음 여유가 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아파트를 넓혀가는 방식으로 재산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담보대출로 충당하고 나중에 갚는 마이너스 저축까지 한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을 하여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일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6.4%나 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각각 36%와 61.7% 수준인 것에 비하면 극히 비정상적이다.
결국 보유자산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인구구조가 변해도 경제가 성장만 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 있다. 특히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면 국민소득이 급격히 늘어 가계부채를 갚고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그렇다면 주거수단으로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통해 국민의 재산증식이 금융자산형태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불필요한 부동산 투자가 사라지고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