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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독도문제 신속대응 왜…“민심 완전 등돌릴라” 강수

이경희330 2008. 5. 20. 00:07
언론보도에 대통령이 이례적 언급, 국면전환 위한 포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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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가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한·미·일 관계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 한달 만에 미국과 일본을 순방했지만, 미국산 소고기 문제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논란, 그리고 독도 문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일본에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가져가자며 손을 잡은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미국산 소고기 문제로 공황상태에 빠지다시피 한 정부는 대일관계에서도 취임 때 밝혔던 원칙을 뒤로한 채 강경대응에 나설 태세다.

    ◆이례적인 신속 대응 배경=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고 강경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발표도 아닌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 언급을 하고, 외교통상부 장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일부에선 ‘외교적 무리수’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유명환 외교장관은 19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우리의 우려를 사전에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조치한 것”이라며 “그대로 방치했다가 (문제가) 크게 발생하는 것보다는 엄중한 입장을 사전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의 배경에는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반(反)이명박 정서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독도 문제까지 커지면 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이 대통령이 독도를 포기하려 한다”는 ‘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독도 문제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독도 문제에 대해 ‘외교전’이라는 말까지 하며 일본에 대한 강경 입장을 천명했고, 상당한 국민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독도 문제는 그만큼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지율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태도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독도 문제에서 우리는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반면, 일본은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과민 대응할 경우 국제사회에 독도가 실제로 영토분쟁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의 강경 대응이 한편으로는 일본 우익세력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정부가 사전 조치의 성격으로 대응했다고 하지만, 일본이 우리의 항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외교채널을 통해 이뤄지지만, 일본 외무성은 자신들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일본은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방정부의 일이라 관여할 수 없다”, “문부과학성의 권한”이라며 피해왔다. 이날 유 장관을 만난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일본대사도 “문부과학성 차원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초점을 돌렸다.

    일본이 실제로 2012년부터 적용되는 중학교 사회교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방침을 명기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민간 교과서 출판사들은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에 기초해 교과서를 펴내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앞으로 나올 교과서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학습지도요령을 미리 차단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펼칠 방침이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 내 여론주도층을 통해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설득하면서 교과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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