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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 개원(5월 30일)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술렁이고 있다. 국회의장을 비롯해 원내대표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출마설과 하마평을 놓고 당 안팎에서 온갖 추측이 오가고 있다. 국회의장 ‘영순위’로 꼽히던 박희태 의원이 18대 원내 진입에 실패하면서 의장직을 놓고 다선 중진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을 놓고도 자천타천 후보군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중진들 간에는 벌써부터 ‘러닝메이트’ 논의가 오가며 합종연횡이 이뤄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탈당파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까지 겹치면서 차기 당권과 국회의장, 부의장 등 요직을 놓고 각 정파들이 복잡한 셈법에 돌입한 모습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18대 전반기 국회의장. 강력한 후보였던 박희태 의원의 낙마로 김형오 의원(5선·18대 기준)과 안상수 원내대표(4선)의 ‘양강’ 체제가 확립됐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양측 간 입장 정리가 안 돼 표 대결까지 갈 경우 김 의원 측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 153명을 대상으로 투표가 이뤄진다면 10명 정도는 기권, 90여 명은 김 의원, 40여 명은 안 대표를 찍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일류국가비전위원회를 이끌며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총괄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인수위 부위원장 시절 같이 일하던 인사들 중 20여 명이 이번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도 김 의원에 대해서는 그다지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아 묵시적 지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나머지 강원과 수도권 일부 표를 흡수하면 표 대결로 가더라도 승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 대표의 경우 원내대표로서 대선 과정을 무난하게 이끌었고, 당이 야당으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투사’로 몸을 던졌다는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친화력을 놓고 당내 시각이 엇갈린다. 당내 소장파 일각에서는 과거 안 대표가 지나치게 ‘군기반장’ 역할을 했던 데 대해 불평을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토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소장파 등 일부 그룹과 거리감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회의장을 지내면 ‘정계은퇴’로 이어지던 그동안의 한국 정치계 관행을 볼 때, 과연 60대 초반인 이들 두 사람이 국회의장을 정치인생의 ‘종착역’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최근 일부 기자들에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만들겠다. 의장을 한다고 반드시 정계를 떠나야 한다는 인식을 언론이 좀 바꿔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가지 의문점. 객관적으로 김 의원에 비해 ‘세 불리’를 알고 있을 안 대표가 왜 의장 출마를 고집하고 있는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스리쿠션론’, ‘성동격서론’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국회의장 경선이라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해달라고 안 대표가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는 해석이다. 안 대표가 명분상 국회의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당 대표 또는 국회 부의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황우여(4선), 이윤성 의원(4선) 등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뜻’대로 청와대의 ‘후광’을 얻고 당 대표 선출에 나설 경우 영남권 출신 인사를 원내대표로 ‘러닝메이트’로 내세울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이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1인 2표제’로 투표하기 때문에 당내 다른 세력과의 ‘연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 주변에서는 당 대표 후보로 안상수 대표와 함께 박희태 국회부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고, 박 전 대표가 안 나설 경우 ‘대타’로 누가 나설지도 오리무중이다. 탈당파 인사들이 복당될 경우 홍사덕 친박연대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며, 김무성 허태열 김영선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진영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를 놓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아직 가변 요소가 너무 많다.
원내대표 후보로는 홍준표(4선), 정의화 의원(4선) 등이 꾸준히 거론된다. 홍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 당 대표 쪽 ‘교통정리’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본인의 거취를 당대표 쪽으로 할지 원내대표 쪽으로 할지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당에서는 유일한 서울지역 4선 의원이라는 무게감이 최대의 장점이다. 반면 4선을 거치는 동안 별다른 계보를 만들지 않고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상대 격인 정 의원은 김형오 의원을 제외하면 당내 부산지역 최다선 의원이다. 17대 국회까지 함께 3선 가도를 달렸던 권철현 김무성 정형근 의원이 모두 낙천의 고배를 마셨다. 호남지역 원외 위원장들을 꾸준히 관리해왔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에도 힘써왔다는 점이 정 의원의 강점이다. 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원내대표에 나설 경우 임태희 의원(3선)이 ‘러닝메이트’로 정책위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당의 주요 보직 선거에 나설 것인지 관심을 모았던 남경필 의원(4선)은 올해 있을 선거에 나서기보다는 2010년 지방선거 때 곧바로 경기지사에 나가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나서봤자 세간의 주목을 그다지 크게 받지 못할 뿐더러 경기도에 확실한 둥지를 트는 게 ‘용꿈’을 꾸는 데도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선 고지에 오른 정두언 의원의 행보도 관심이다. 정 의원의 경우 최고위원직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덕룡 의원의 낙천으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돼버린 당내 호남권을 정 의원이 ‘접수’하기 시작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호남권과 수도권 소장파의 지지를 발판으로 최고위원에 도전한 뒤 ‘2년 후 서울시장 출마’까지 정치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성진 의원(2선)도 ‘범 이재오계’를 대표해 최고위원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호남권 당협위원장들을 꾸준히 챙겨왔다. 사실상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호남에서 금배지를 따낼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호남권 원외 인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당 차원에서 배려를 해줘야 하는데 이재오 의원이 이런 ‘호남 민심’을 제대로 알아줬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직도 호남권 인사들 중에서는 ‘이재오만큼 한나라당 호남권의 아픔을 알아주는 당 고위층이 없다’는 인식을 가진 인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 의원이 최고위원에 나설 경우 이 같은 호남 인심이 든든한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MB직계’인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대리인’을 자임하는 공성진 의원이 호남 민심을 놓고 묘한 대결을 펼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준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