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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은 후 10년 만에 석유위기를 맞고 있다. 1차 지진의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2차 지진을 맞은 격이다. 10년 전 국가적 재앙인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은 대규모 희생을 치렀다. 경제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추진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200만 명가량의 근로자가 실직을 했다. 또 국민 1인당 4000만 원에 이르는 160조 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아직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다. 경제가 저성장 속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적 불황에 빠졌다. 청년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취업을 한 사람도 절반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이 와중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선으로 급등하면서 경제를 물가와 실업의 2중고 속에 밀어넣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최근 소비자 물가가 4.1%나 올랐다. 2004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52개 품목을 정해서 가격을 관리하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자 물가다. 생산자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 공장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 생산자 물가는 9.7%나 올라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문제는 당연히 악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취업자가 19만 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목표치 60만 명의 3분의 1도 안된다.
중요한 사실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피해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10군데 중 4군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렵다. 또 국민 중 4분의 3에 대한 경제성장률은 2%밖에 안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서민들의 생활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최근 원유가격 폭등으로 인해 수입물가와 원자재 물가가 각각 31%, 56% 올랐다. 곧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다시 폭등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유류비의 급등으로 재화와 용역의 흐름이 끊어지는 물류대란까지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지진의 피해는 상상이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그러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서민과 영세업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에너지 요금을 대신 갚아주고 유가보조금 지급을 연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안된다. 최소한 물류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유류세 인하와 원유 재고확보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정책기조를 안정과 체질개선으로 바꿔야 한다. 새정부 출범 이후 성장우선 기조하에 고환율정책을 폈다. 그러자 환율과 유가가 맞물려 오르는 악순환을 형성하여 스태그플레이션만 부채질했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도 크다. 증권 시장에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자본유출과 환율상승의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환율정책은 물론 재정·금융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에 맞추어야 한다. 다음 규제개혁, 감세 등 성장동력을 찾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중소기업 중심의 저에너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바꾸고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국제경쟁력으로 2차지진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선진경제로 도약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