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 교수.. 세계일보시론에서..이명박 정부 갈등 풀어야 경제 살아난다

이경희330 2008. 6. 8. 22:19
  • 이필상 고려대 교수·前총장·경영학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선거공약이 거품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좌절과 분노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정부는 ‘747공약’(연 7% 경제성장,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제시했으나 현실적으로 절반의 성과도 거두기 어렵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이중고가 확대 재생산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 여파로 경영기반이 취약한 자영업자나 영세·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 서민들은 실업자나 임시직으로 내몰리고 물가와 빚 때문에 살길이 막막하다. 농어촌 경제는 자생력을 잃고 파탄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경제성장률은 3%대, 국민 1인당 소득은 2만달러, 경제 순위는 세계 13위를 지키기도 버겁다.

    문제는 개선의 비전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 허용과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나라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로 인해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고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부실하다. 출자총액 제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법인세 인하, 연결납세제도 도입 등 규제 개혁과 감세는 주로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다. 문제가 큰 쪽은 중소기업이다. 연쇄 도산과 해외 이전으로 산업이 공동화하고 실업이 양산돼 경제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고용 창출 효과가 별로 없는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 성장률 목표 달성에 급급해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리고 추경예산을 통해 내수를 살리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물가 불안과 양극화가 심해져 거꾸로 경제위기를 키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효성 없는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인위적 경기 부양에 매달린 탓에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패는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 스타일에서 비롯된 바 크다고 하겠다. 대통령은 국민의 머슴으로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 국정운영의 철학이다. 그러나 실제 지난 100일간 보여준 행위는 성과와 속도를 강요하는 독주형 CEO 모습이다. 국민과의 소통이나 타협이 없이 고위 공직인사, 대운하 건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모든 개혁과 경제 정책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편향된 시각으로 추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경제를 풀어가야 하나?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머슴으로 본연의 모습을 찾고, 동시에 내각과 경제팀을 전면 쇄신해 새로운 정부로 태어나야 한다. 그런 연후에 정국 불안의 핵심인 소고기 수입 문제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해 한시바삐 해결하고, 한반도 대운하 역시 국민 의사를 확인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경제정책은 물가안정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유가와 환율은 서로 맞물려 물가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유가와 환율 안정에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인위적 경기 부양을 지양하고 신산업 발굴과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정공법으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 여기서 규제개혁과 세금감면 등 기업환경 개선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더불어 전통 산업과 서비스 산업 등을 육성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고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인 점을 감안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미 FTA는 농산물, 의약품 등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고 조속히 비준해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 살리기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이다. 정부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근로자, 기업, 정부가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고 경제를 살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前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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