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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를 평화협력특별지대로 만들기 위해 제시된 방안들은 다양하다. 우선 군사적 충돌이 잦은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하여 군사적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남북 어민들이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구역으로 바꾼다. 또 한강하구를 골재 채취 등 공동이용구역으로 개발하여 남북 경제협력에 필요한 자재의 공급지로 만든다. 북한의 군사요충지인 해주지역에 경제특구를 세운다. 이곳을 남북 경제 발전의 파이럿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해주경제특구는 남쪽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개성공단·해주·수도권을 연결하는 3각축을 형성하여 남북 경제협력의 요체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하여 상시 통행과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진다. 또 개성∼문산간 철도 개통으로 개성공단 물류 수송과 북한 노동자 출퇴근이 용이해진다. 더 나아가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남포와 안변 조선소 건립 등 남북 경협의 기반이 되는 사업들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실로 서해평화벨트가 한반도 평화 구축과 경제 발전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남북 합의의 실천을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은 남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실한 합의가 없어 남남갈등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이번 정상회담 합의는 무의미한 선언으로 끝날 수도 있다. 더구나 북방한계선의 의미 퇴색으로 안보 불안이 제기되고 국내 여론이 분열될 경우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해주경제특구 사업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남북경협사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요구될 경우 퍼주기 논란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물론 국민 부담 가중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 평화 정착과 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국가 대사이다. 따라서 정치적 시각에서 이를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추진하자 종전선언을 서둘러 국민들 편을 가르고 12월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문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회담의 과정과 결과로 보면 결코 그렇게 보기 어렵다. 회담 결과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키거나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그것은 더 큰 잘못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권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끊고 공동번영을 위한 민족통일의 새 출발이라는 차원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실현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특히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민여론을 결집하여 주변국가들에 대한 외교력을 강화하고 우리 뜻에 따라 합의 내용을 추진할 수 있는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국민들은 민족공동체 건설의 주체로서 힘과 지혜를 스스로 모으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필상 고려대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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