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 교수, 美 서브프라임 사태와 금융위기

이경희330 2007. 9. 14. 22:55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미국의 8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10만명 이상의 증가가 예상되었던 고용이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인해 반대로 4000명 줄었습니다. 4년만의 첫감소입니다. 금융시장불안이 실물경제를 침체로 빠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나타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초저금리정책을 폈습니다. 2003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1%까지 내려갔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를 거품으로 들뜨게 했습니다.

문제는 재정적자와 국제수지적자가 늘며 물가불안이 고조된 것입니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2004년부터 금리인상정책을 폈습니다. 그러자 금리부담이 높아져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주가폭락과 펀드환매중단, 금융기관부도 등 감당키 어려운 금융시장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펴며 같은 문제에 봉착한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가 확산되면 이로 인한 금융위기는 국제적인 현상으로 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경제 역시 경기활성화를 목표로 저금리정책을 폈습니다. 그러자 부동자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2006년 부동산 가격은 상반기에 21%, 하반기에 10.8%가 올라 사상최고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정책을 펴자 2007년 부동자금이 대거 증권시장으로 몰려 벌써 35%나 올라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빚이 급격히 늘었다. 가계 부채가 총 600조원 규모로 가구당 평균 3800만원에 이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금리인상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계부문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가 자생적으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가 수습이 안되고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될 경우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우리 경제는 대규모의 가계발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87년과 98년의 금융위기와 유사한 사태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97년 겪은 외환위기를 또 다른 형태로 겪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금리와 환율을 조정하여 선제대응을 해야 합니다.

또한 엔케리 자금 등 국제부동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더불어 부동자금의 흐름을 사업자금의 흐름으로 바꾸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투자활성화정책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