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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경제협력에 대하여 기본개념과 방향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향후 남북 간 경제협력의 기본틀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양측 경제가 실질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쌀과 비료 제공, 금강산관광사업 등은 퍼주기라는 논란이 많았다. 따라서 단순지원의 차원을 넘어 남측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측의 자원과 노동력을 결합하여 경제공동체를 실현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경제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고 개방경제의 구성원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또 우리 경제는 경제무대를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대하여 북방경제시대를 열어야 한다.
새 경제협력 논의의 걸림돌은 북한이 체제 위협의 불안감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요구해온 경제협력사업에는 지원을 받아 자력갱생한다는 원칙이 깔려 있다. 식량과 비료 제공, 전력과 에너지 공급, 호텔과 식료품공장 건설 등이 주요 요구내용이다.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협력사업은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을 수용하지 않으면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이다. 북한은 대외경제 예속을 경계하며 자기폐쇄정책을 고집한 결과 헐벗고 굶주리는 최악의 경제로 스스로 빠졌다. 북한은 아직도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따라서 상생적 경제협력에 대해 북한 측을 설득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면 북한과 어떤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할까. 북한경제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회간접자본이다. 도로, 항만, 철도, 공장부지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산업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전력 및 석유공급과 통신시설의 확보는 절대적이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남북경제협력의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한다. 서울∼평양 고속도로 건설, 제2공단건설, 경수로 건설, 인터넷통신망 구축 등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다.
한편 남북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한 상호보완적인 협력업종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은 기술과 자본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는 반면 북한은 저임금 대량생산과 자원개발 등이 유리하다. 이런 차원에서 천연자원의 공동개발, 섬유의류, 인쇄 등의 업종을 협력사업으로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을 종합도시로 발전시키는 등 주요 지역에 경제특구나 기업도시를 건설하여 장기적으로 남북한 경제격차의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는 전략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발전을 하는 데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이다. 따라서 북한 노동력의 재교육과 훈련을 제도화하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북한의 인력을 훈련시키는 인적교류의 필요성은 크다.
남북경협의 관건은 재원이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60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 자금의 절반 이상을 증세와 국채 발행 등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남북경협자금을 전적으로 제공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떤 사업이건 이윤 창출을 전제로 하는 민간자본의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남북경제협력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용펀드, 해외차관 등 민간 자금 조달이 주요 원천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초기투자나 위험손실보전 등에 최소 지출을 원칙으로 하고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으로 대북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조세나 금융상 유인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필상 고려대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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