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부실한 경제구조를 뜯어고쳐 성장 동력을 복원하겠다는 의도이다. 정부가 밝힌 방안에 따르면 기업들을 대기업그룹, 개별대기업, 중소기업 3가지로 분류하여 전방위적으로 부실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45개 대기업그룹 중에서 부실이 심한 11곳에 대하여 구조조정작업에 들어갔다. 또 빚이 500억원이 넘는 1,422개 개별대기업 중 400여개 기업에 대해서 정밀 조사를 시작했다. 여기에 38개 중대형 해운업체에 대한 구조조정도 강행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에 성공할 것인가? 이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사실 정부는 올 초 건설사와 조선사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구조조정을 지엽적으로 추진하고 기업들과 이해를 같이하는 채권은행에 맡겼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경기회복론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조금만 버티면 구조조정을 안해도 된다는 회피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명확히 할 것은 금융위기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실물경제가 회복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실물경제가 살아나려면 투자가 늘어야 한다. 투자가 늘어야 고용이 는다. 고용이 늘어야 국민소득이 늘고 소비가 살아난다. 그래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물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20%이상 줄었다. 그리고 소비도 마이너스 4%이상 감소세이다. 더욱이 신규 일자리가 20만개나 사라지고 있다. 아직 실물경제는 식물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피하겠다는 자금지원 받아서 부실을 더 키우는 위험한 논리이다.
구조조정은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근본적인 과제이다. 부실을 정리하고 산업구조를 새로운 체제로 바꿔야 우리 경제는 붕괴의 수렁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의 칼자루는 정부가 쥐어야 한다. 그리고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 예외없이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공적자금의 투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구조조정을 행정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촉진법 같은 입법조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금융회사들은 부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기업들을 다시 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필상(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