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제생활에 대한 종합 소비자심리지수가 98로 전달에 비해 14포인트
올랐다. 상승 폭이 2005년 1분기 이후 최대이다. 특히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소비자심리지수는 64에서 100으로 36포인트나 올랐다. 이에 따라 취업기회 전망에 대한 소비자심리지수도 60에서 83으로 23포인트 뛰었다. 국제금융위기의 진정에 따른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환율의 안정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심리지수의 상승은 경기회복의 원동력이 살아나고 있음을 뜻한다.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매출이 증가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는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늘면 자연히 일자리가 늘고 국민 소득이 는다. 이에 따라 소비, 생산, 고용이 연이어 늘면서 경제가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오른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밀어 닥친 이후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심리의 회복세는 우리 경제가 자력으로 살아난다는 데 더욱 의의가 크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은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대외교역의존도가 80%를 넘는다. 수입과 수출이 없이는 경제가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로 해외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그렇다면 이번 소비자심리지수의 상승은 국내 수요기반을 발전시켜 경제가 자립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소비심리의 회복을 실질적 내수 활성화로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가 가계부채이다. 가계부채가 많을 때 소비 증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부채가 총 802조원에 이른다. 금융부채를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채무부담대비 상환능력배율이 1.4나 된다.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치이다. 더욱이 은행권이 부자만 우대하고 서민은 홀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가 심해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려면 서민의 소비 증가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서민의 은행권 이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럼에도 은행은 부자의 거액 예금은 금리를 높이고 서민의 소액 예금은 금리를 낮추는가 하면 부자를 상대하는 영업점은 늘리고 서민을 상대로 하는 영업점은 줄이는 등 상업성에 몰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부자가 은행권을 이용하며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과 증권의 매매 등 재테크에 열중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투기거품을 일으켜 국민경제를 해치고 서민을 수렁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뜻하지 않게 신종 인플루엔자가 세계로 퍼지면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감염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줄고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내부적으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것은 물론 대외적으로 수출이 감소해 회복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경제는 이번 소비심리 회복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먼저 신종 플루 방역에 최선을 다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경제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소비의 불꽃을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뛰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독선적이고 특권계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모든 국민이 동의하고 혜택을 받는 정책으로 내용을 바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서민의 부채부담을 덜어줄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서 은행권은 서민을 살려야 경제가 살고 자신도 산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금융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더욱이 서민이 제도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고 불법사채를 사용하다 목숨을 끊는 일이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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