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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교수 삼성의 새로운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은 결국 삼성의 굳건한 시스템 경영이 기반이 됐기 때문

이경희330 2009. 4. 22. 11:19

이건희 회장 퇴진 1년…삼성 무엇이 변했나

10개 쇄신안 대부분 이행…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상실감 커

 

CBS경제부 성기명 기자성기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삼성 경영쇄신안이 발표된 지 22일로 1년이 된다.

삼성은 지난해 4월 22일 10개항에 걸친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이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9,4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직면해 있다.

삼성은 글로벌 위기를 헤쳐나감과 동시에 이를 기회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처해 있다.

◈ 이회장 퇴진후 1년 평가 엇갈려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1년을 놓고 삼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관리의 삼성'답게 시스템으로써 훌륭하게 공백을 극복해내고 있다는긍정론이 있는 반면, 퇴진후에도 이회장이 최대주주로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체제 변화를 논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난해 4월 당시 삼성의 10개 쇄신안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삼성 경영방식의 핵심으로 거론되던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경영'이 해체된 것이었다.

회장의 퇴임과 전략기획실의 해체 후 삼성은 사장단협의회 방식의 계열사 독립경영방식으로 전환했다.

또 중요한 결정은 사장단 협의회를 통해 결정하고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를 신설했다.

◈ 10개 쇄신안 대부분 이행

삼성은 이후 10개의 경영쇄신안을 대부분 이행했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실장 등 주요
CEO들이 퇴진했고 전략기획실도 해체하는 등 대부분의 쇄신안을 지난해 상반기 중에 마무리했다.

차명계좌의 처리문제는 올해 초 모두 실명처리 했으며 대법원 판결후 관련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고 남는 잔여분은 유익한 일에 사용하기 위해 사용처를 고민중이다.

지주회사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문제는 장기과제로 검토 중이다.

삼성측은 "지주회사 전환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경영방식의 문제이고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 순차적으로 매각 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현재 각 계열사별로 신규사업을 강화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견뎌나가고 있다.

삼성은 올해 3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출자해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인 미래형 디스플레이사업을 이끌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출범시킨 바 있다.

또 올해 2월 삼성테크윈의 카메라 사업부를 분할해 삼성디지털이미징이란 별도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출자해 설립할 예정인 삼성LED는 삼성전기의 LED관련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인프라를 기반으로 삼성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삼성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와 DS(Device Solution) 부문으로 조직을 이원화시켰다.

또 자율 출퇴근제, 지원조직 현장 배치, 비지니스 캐쥬얼 도입 등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경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강력한 리더십 부재에 대한 상실감


그러나 향후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 대규모 투자를 결행할 수있는 강력한 리더십 부재에 대한 조직내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커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전무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삼성의 지난 1년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의 경영쇄신안 이행과정에서 대국민 이미지가 개선된 측면은 있었다"면서도 "삼성같은 거대 기업그룹에는 컨트롤 타워 기능이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어떤 기업지배구조가 삼성에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교수도 "이건희 회장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떠난 뒤 혼란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삼성의 새로운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은 결국 삼성의 굳건한 시스템 경영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 전략기획실 출신 주요 임원들이 계열사 사장들로 전진배치된 점 등을 들어 이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한 상황에서 삼성의 변화를 얘기하기 어렵다는 비판론도 있다.

좋은기업 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소장은 "이건희 회장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사장단 협의회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가졌는 지 불분명한 만큼 각 계열사들이 그룹차원의 결정에 따르기 위해 또다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하는 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msu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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