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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5년 내 사상 최대 실업난..파산신청 하루 6000명, 전년대비 40% 폭증

이경희330 2009. 4. 18. 01:04

지난 3월 미국 실업률이 8.5%를 기록해 1983년3월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 같은 높은 실업률은 예상한 바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월간실업률 동향에서 지난 3월 실업률이 전월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증가분도 1983년11월 이후 최대치다. 노동부 관계자는 “농업부문을 제외한 신규 실업자 수는 66만3000명으로 노동부는 산업 전반에 걸쳐 이 같은 고용 감소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과 건설, 서비스업 임시직에서 대규모의 실직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조업 부문에서는 16만1000명이 해고됐고 건설부문에서도 12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FT에 따르면 이 같은 고용감소는 지난 2007년 12월 시작된 이번 경기침체 이후 비농업부문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이중 70% 가까이가 최근 5개월간 집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경제전문 기관들은 미국 실업률이 올 연말까지 10%를 상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에 보호를 신청하는 파산 신청자 수가 지난 3월 2005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파산 관련 조사ㆍ관리업체인 '오토메이티드 액세스 투 코트 일렉트로닉 레코드'에 따르면 3월 파산 신청자 수는 총 13만793명으로 하루 평균 5945명을 기록해 전월대비 9%, 1년 전보다는 38%나 급증했다.
이를 반영하듯 구직자들이 일자리 찾는 유형도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 거들떠보지도 않던 FBI를 비롯해 임시 교사 나 경찰직 등 그간 외면 받아왔던 공무직종에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사상최대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실업난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 경기는 최악

지난 달 미국의 실업률은 25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이번 달 서비스업 경기는 더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지표 악화 양상은 최근 거시지표의 경기 회복 시사 기대감에 그늘을 드리웠다.
노동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실업율이 8.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에 기록한 8.1%보다 크게 악화된 수준이며 지난 1983년 10월 이후 근 25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이번 결과는 당초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으로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상승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비농업부문의 신규일자리는 66만30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예상 범위 내에 들었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2월 미국의 경기후퇴가 공식화 된 이후 지금까지 총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노동자들의 주간평균노동시간은 33.2시간으로 지난 2월 33.3시간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으며 시간당임금 증가율은 2월과 동일했다.
한편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도 더욱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서비스업지수가 40.8로 전월 41.6에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 지수가 42.0으로 2월에 비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표 악화 소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장 초반 소폭 하락했던 뉴욕 증시는 결국 반등하면서 거래를 마감했고, 채권 금리는 상승했으며, 달러화가 혼조 양상을 보였다.

신용경색이 최대원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앞으로 몇 달간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6주 전까지만 해도 거시지표에서 개선의 조짐을 발견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거시지표들이 서로 엇갈리기도 하면서 일부 회복의 싹이 움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업의 증가와 임금 저하, 모기지ㆍ주택압류 위기 등과 함께 이혼이나 건강문제 등도 파산 신청 급증의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빡빡한 신용사정 때문이라고 언론은 분석했다.
일리노이대의 로버트 로리스 교수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있지만 이것만이 파산신청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아니다”라며 실직과 함께 신용이 빡빡해지는 것이 파산신청 급증의 이유라고 말하고 18개월 전과 비교하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올해 파산신청자 수가 145만~150만 명에 달해 작년의 110만 명에 비해 31~36%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5년 10월에 발효된 법에 따라 파산신청을 해도 빚을 정리하는 것이 까다로워지기 이전의 파산신청자 수인 14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파산신청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신청이 급증하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경제악화로 큰 타격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공무원 직종 인기 선호

이처럼 긴 경기 불황과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경찰과 대체교사 직종에까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해고와 감원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업무의 과중이나 직업의 안정성 등을 따져가며 직장을 구할 상황이 아닌 판단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말 3000명의 수사요원 및 직원을 채용키로 하고 공모에 들어간 연방수사국(FBI)으로 사상 최대인 22만7000여명이 몰려 75: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중에는 회계사, 퇴역군인, 대학원 졸업자 등 과거에도 많이 응모했던 구직자들 외에 컴퓨터, 금융전문가 등 특수 경력자들도 많았고, 워싱턴에서 주방장을 했던 사람과 프로 풋볼선수도 지원 대열에 합류했다.

헤럴드 헐트 휴스턴 경찰국장은 “오랜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최근 기업들의 감원사태로 퇴직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경찰업무는 팀플레이가 중요한데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이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FBI 직원 채용을 총괄중인 그웬달린 허버드는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뽑는 직종은 연봉 3만5000~15만3000달러에 의료보험과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직업의 안정성과 각종 혜택 때문에 지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규 교사들의 결혼이나 휴가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 대체 교사직에도 박봉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 내 3대 교구인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교구의 경우 지원자가 넘쳐 더 이상 접수를 받지 않을 정도다.
시카고 교구는 대체교사 지원자가 7천명이 넘어서자 지원자들을 돌려보내고 있고, 뉴욕 교구도 지원자가 몰리자 작년 10월에 접수를 조기에 마감한 상태. 로스앤젤레스교구는 재정난 등으로 교사 고용을 동결하고, 향후에 있을 일부 교사의 해고 등에 대비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체 교사 직 채용규모 자체가 줄었다.
전미교육위원회협회의 앤 브라이언트 대표는 “경기침체로 교육위원회가 최대의 고용주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많은 기업에서 해고된 분들이 대체 교사직을 지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침체로 인해 주택 모기지 납입금을 납부하지 못해 은행에 차압된 주택이 급증하면서 이 주택들을 청소하는 일 등 불황기를 맞아 새로운 직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 차압주택 청소업을 하는 톰 노마일은 “차압주택을 청소해 달라는 요청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남의 불행에 따라 득을 보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따라 빛을 보는 직종에는 이사업자, 파산전문 변호사, 미불대금 회수업자 등도 있다. 또 가계파산으로 그동안 장롱 속에 보관해온 금반지 등을 내다파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보석 감정업종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는 전했다.

 

sundayjournal황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