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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단독보도 이건희 전 회장 300억대 청담동 빌딩 매입..왕회장님’은 강남 부동산 쇼핑 중

이경희330 2009. 4. 27. 23:14

이건희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청담동에 위치한 건물을 매입했다. 공시지가로는 82억 원대이지만 실거래가로는 3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최고가 빌라인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구입으로 눈길을 끌었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일요신문> 878호 보도). 그가 이젠 청담동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 전 회장이 서울 청담동에 수백억 원대 빌딩을 지난 연말 매입한 사실을 <일요신문>이 단독 확인한 것. 이미 서울 이태원동에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그가 거액의 부동산을 자꾸 사들이는 속내에 시선이 쏠린다. 최근 구매한 청담동 빌딩은 미술품 경매 전문업체가 들어서 있는 곳이라 이 전 회장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행보와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을 전망이다.

이건희 전 회장이 최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 곳은 서울 청담동 79-15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이 건물은 백화점 명품관과 유명 갤러리, 고가 의류 매장과 고급 음식점, 수입 자동차 매장 등이 늘어서 있는 대로변(압구정로)에 자리 잡고 있다. 고층 빌딩은 아니지만 입지 조건을 고려할 때 높은 가치를 지녔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청담동 79-15의 개별공시지가는 1㎡당 1710만 원(1평당 약 5643만 원)이다. 이 전 회장 명의 빌딩의 대지 면적이 483.8㎡(약 147평)이므로 전체 공시지가는 총 82억 7298만여 원인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이 전 회장 명의 부동산 가치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일대는 지난 2005년 이후로 공시지가 기준으로 매년 1㎡당 200만 원 이상 뛰어오른 금싸라기 땅이다.

당연히 일대 부동산 실거래가는 공시지가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청담동 이 전 회장 명의 빌딩 인근에 있는 대지면적 419.83㎡(약 127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 빌딩이 최근 매물로 나와 있어 비교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 건물 주인이 내놓은 매매가는 175억 원. 이 전 회장 빌딩보다 1개층이 더 있지만 대지 면적도 작고 건물 연면적도 1190.08㎡(약 360평)로 이 전 회장 건물 1296.61㎡(약 393평)에 못 미치는 데다 대로변도 아니다.

그래서 이 전 회장 측이 이 건물을 대지 3.3㎡(1평)당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물 거래가는 300억 원대로 추정할 수 있다.청담동 79-15 등기부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이곳 토지와 건물을 지난해 12월 1일 매입했다. 당시는 삼성 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 건강이상설이 나돌 무렵이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9일 고 이병철 회장 추모식에도 ‘감기 증세’를 이유로 들어 2007년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했다. 2007년 당시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차명계좌·비자금 폭로가 있은 직후라 은인자중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 추모식의 경우엔 사정이 달랐다.삼성특검 재판 항소심(지난해 10월 10일)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데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편법승계 의혹 관련 무죄 판결을 받아 제법 홀가분한 상태였을 법한 이 전 회장이 감기를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와병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 3월 18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입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 전 회장 건강 관련 추측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이런 와중에 거액을 들여 청담동 건물을 본인 명의로 매입한 점이 이채롭다.이 전 회장의 청담동 빌딩 전 주인은 과거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노 아무개 씨다. 이 전 회장과 노 씨의 관계에 대해 세간에 특별히 알려진 것은 없다. 등기부를 살펴보면 ‘누구로부터 사들였나’보다 ‘누가 사용해왔는가’에 시선이 더 쏠리게 된다.

이곳엔 미술품 경매 업체 케이(K)옥션이 입주해 있다. 등기부엔 K옥션이 2007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3년간 12억 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다. 전세 범위는 건물 전부. 물론 이 계약은 K옥션이 전 주인 노 씨와 맺은 것이다. K옥션은 이 전 회장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일원으로 활약해온 비영리 단체 ‘아름지기’가 개최한 자선경매를 진행한 적이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아름지기는 홍라희 전 관장을 비롯한 재계 안주인들이 모여 ‘소중한 우리 문화를 함께 보듬어보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로 한옥문화체험관 운영이나 전통문화강좌, 고궁 내부수리 같은 사업을 해오고 있다.재단법인 아름지기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홍라희 전 관장은 지난 2008년 1월 24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당시는 이른바 ‘행복한 눈물’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던 무렵이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이 삼성 총수일가가 ‘행복한 눈물’ ‘베들레헴 병원’ 등 고가 미술품을 사들이는 데 쓰였는지가 관심사로 대두됐던 것이다. 홍 전 관장이 아름지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다음날인 지난해 1월 25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특검팀에 소환돼 고가 미술품을 해외 경매시장에서 삼성가를 대신해 사들였는지, 그리고 이를 홍 전 관장에게 건넸는지 등을 조사받았다.

이후 홍 전 관장은 출국금지 조치에 이어 이 전 회장 소환 이틀 전인 지난해 4월 2일 특검 사무실에 불려나와 6시간 반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당시 홍 전 관장은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으며 이후 특검팀은 지난해 4월 17일 최종 수사발표를 통해 “홍송원 대표가 홍라희 씨에게 문제의 그림을 넘긴 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홍 전 관장은 4·22 삼성 경영쇄신안 발표를 통해 리움 관장직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사임했다.이렇게 공식 직함은 내놓았지만 홍 전 관장은 여전히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사다. 지난해 12월 미술시장 전문 월간지 <아트프라이스>가 2008년 한 해 동안 미술전시장 등을 찾은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관람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인물’ 설문조사에서 홍 전 관장이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첫 조사부터 4년 연속 1위였다.이는 이건희 전 회장의 K옥션 입주 빌딩 매입 배경에 대한 여러 억측을 낳는 단초가 된다. 등기부를 보면 이 전 회장이 청담동 빌딩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1일. 그런데 등기신고가 접수가 돼 명의가 이 전 회장으로 바뀐 것은 지난 4월 6일이었다. 빌딩 매입에서 등기부상 명의 이전이 이뤄지기까지 4개월이 지나는 동안 현지에선 홍라희 전 관장의 미술계 명성을 고려한 듯 ‘건물이 홍라희 전 관장 명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있기도 했을 정도다.

K옥션은 ‘우리나라 화랑계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현대갤러리 창립자인 박명자 회장 일가의 영향력하에 놓인 회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 회장 일가가 K옥션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아트프라이스> 설문조사에서 홍 전 관장에 이어 미술계 영향력 2위를 차지한 미술계 거물이다.

미술계를 이끌어온 쌍두마차 홍라희-박명자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 부동산 거래 외에 박 회장 남편이 한때 삼성 계열사에서 고문직을 지낸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 회장 가족은 고 이병철 회장 장녀로 이건희 전 회장의 큰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일가와도 ‘부동산 인연’을 맺고 있다. 이인희 고문 부부는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최고급 J 빌라 맨 위에 있는 5층과 6층을 튼 복층형 공간 두 채를 갖고 있다.

바로 아래인 4층엔 박명자 회장 명의와 남편 명의로 된 두 채가 맞붙어 있다. 박 회장 명의의 빌라도 지난 2004년 12월 이인희 고문의 딸로부터 사들인 것이다.<일요신문>은 지난 878호 ‘이건희 부동산 매입 미스터리’ 기사를 통해 이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11일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와 삼성동 아이파크 각각 한 채씩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3월 5일 국토해양부 공시가격 발표에 따르면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는 국내 공동주택 중 가장 비싼 곳이며 삼성동 아이파크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다. 이 전 회장은 이 두 집을 사들이는 데 127억 원을 들였다. 지난해에만 서울 시내 대표적 부자 동네인 서초동 삼성동 청담동 일대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만 400억 원 이상을 썼다고 볼 수 있다.

최고가 빌라·아파트를 사들인 지난해 7월 11일은 1987년 이후 21년간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이 전 회장이 삼성에 사원증을 반납한 지 열흘 후였다. 이 전 회장이 청담동 빌딩을 매입한 지난해 12월 1일은 공교롭게도 고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꼭 21년째 되는 날이었다. 한편 삼성 측은 지난번 최고급 빌라·아파트를 구입했을 때 “이 전 회장이 대주주지만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부동산 매입에 대해선)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