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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복론’ 과연 믿을 수 있나 요동치는 낙관론 “쇠망치로 뇌 수술하는 격”

이경희330 2009. 4. 25. 13:41

“경기가 바닥을 찍긴 했지만, 긴 회복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경기침체가 지금 어디쯤 와있는가라는 물음에 미국 최고 정책 결정자들이 내놓고 있는 답변의 요점이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도널드 콘 부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최악의 경기 하강 국면은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들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낙관적 경제 전망에 더욱 힘을 보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회복은 더딜 것”이란 단서를 빼놓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전 연준 의장)은 이날 “어느 누구도 지난해 말 봤던 경기하강 속도를 보고 있진 않다”며 “경기하강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복의 고통’에 방점을 찍어 경기는 회복세지만 완전히 체질을 개선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볼커 위원장은 “회복은 길고도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며 “지금의 경기하강이 1930년대의 대공황 때와 같진 않지만,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빠진 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더 큰 고통이 기다린다”고 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방점만 달리할 뿐 맥락은 똑같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지난 4분기(10~12월) -6.3%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는 올 1분기(오는 29일 발표)부터 하락폭을 서서히 면할 전망이다.
비엔피파리바 은행 측은 최근 “몇 달 안으로 구매자관리지수나 일부 소비자 신뢰 조사가 개선되겠지만, 회복의 시작이라기보다 하락폭의 완화를 알리는 것”이라며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려면 앞으로 최소한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 18일 “몇몇 경제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여전히 극심한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OECD는 올 회원국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4.3%를 기록할 것으로 지난달 예상한 바 있다.

경기 침체 끝 회복 시작

FRB 최고 책임자들은 미국에서 최악의 경기 침체기가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발맞춰 실업률 등 일부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과 윌리엄 두드리 뉴욕 FRB 총재는 최근 테네시주 네슈빌에서 행한 연설에서 “FRB의 전례 없는 신용 시장 활성화 조치에 힘입어 최악의 경기 침체기가 종료된 것 같다”고 말했다. 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 선임 경제 고문은 “경기 침체의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3%에 달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가 최악의 경기 침체기였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안정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제순환연구소(ECRI)의 낵스만 애추선 소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훨씬 더 빨리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소비심리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해 작년 9월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미시간대가 조사해 지난 17일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 예비치는 61.9를 기록해 전달의 57.3에 이어 2개월째 상승했다.
이는 작년 9월 이 지수가 70.3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55.3으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평가하는 동행지수는 66.6으로 전달의 63.3보다 높아져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향후 전망에 관한 기대 지수도 58.9로 전달의 53.5보다 크게 뛰어 올랐다.
그러나 미국 50개 주 중 46개 주의 실업률은 여전히 뛰고 있다. 캘리포니아 등 4개 주의 실업률이 1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7일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가 지난 3월에 11.2%의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노동부가 관련 통계를 발표한 1976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달한 주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미시간이다. 미국의 지난달 평균 실업률은 8.5%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벤처캐피털의 올해 1분기 투자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11년래 최저를 기록했다고 지난 18일 보도했다. 벤처기업들은 올해 1분기 총 39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작년 1분기 77억8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제지표 반대론도 만만치 않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밝힌 ‘경제 희망론’에 대해 네 가지 이유를 들며 반박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칼럼에서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장한 미국 경제 희망론에 대해 “정말 그렇게 판단해도 될 때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첫 번째 이유로 경제 상황이 아직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산업생산과 여전히 부진한 주택착공 실적, 압류주택 증가 등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경제 악화 속도가 이전만큼 빠르지 않고 느려지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최근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금융권 실적이 예상치보다 좋게 나온 것 등 일부 긍정적인 소식이 있지만 일부 소식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웰스파고 실적 개선은 영업이익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예상 대손충당금 부문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투자은행에서 금융지주회사로 변경된 골드만삭스는 분기 기준이 바뀌면서 실적이 나쁜 지난해 12월이 분기 실적에서 빠지는 등 실적이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는 아직도 더 악화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경기가 계속 나빠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휴식기간을 가진 후 다시 급락했다면서 아직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악화되고 신용카드 손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과 동유럽 경제도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끝으로 “경기 침체기가 지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경기 침체가 종료된 이후에도 실업률은 한동안 상승세를 지속했던 과거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이 2010년까지 계속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경기 하강기에 낙관주의로 인해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해 오던 정책을 중단하는 실수를 저지른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美 은행들, 스트레스 테스트 대부분 통과”

미국의 19개 대형은행을 상대로 실시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갖은 루머가 횡횡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가 폭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은행들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여 테스트 결과 발표 때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다줄만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20일 블룸버그와 타임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뉴저지주(州)의 노스 버겐에 거주하는 블로거인 홀 터너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19개 은행 가운데 16개가 이미 기술적으로 파산 상태”라는 글을 올렸으며 특히 이 가운데 HSBC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인터넷 매체들이 시시각각 이 블로그의 글을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금융관련 주들은 급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 재무부의 인드루 윌리엄스 대변인은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해당 블로그에 실린 글이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해당 블로그에서 언급한 HSBC의 경우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금융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다우지수가 3.6%나 떨어지면서 7900선이 무너졌다.
한편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정부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경제여건이 더욱 열악해진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견뎌낼 수 없어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 대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부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가로 자본을 투입할 필요성은 제기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할 은행의 명단은 공개될 것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당초 재무부는 개별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할 경우 문제가 있는 은행에 주식투매와 예금인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으나, 최근 금융시장의 사정이 호전되면서 테스트의 결과가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결과를 공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개 대형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실업률이 앞으로 더 급등하고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가정해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 극복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또 이 결과에 따라 건전한 은행, 추가로 자본투입이 필요한 은행, 생존능력이 취약한 은행 등 3개 부류로 나눠 일부 은행은 퇴출이나 반강제적 합병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번 테스트 결과는 다음달 4일 공개될 예정이다.

 

sundayjournal황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