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해 시장친화적인 공적 민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감위와 금감원이 당초 취지와 달리 중복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이중 간섭과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어 "금감위ㆍ금감원을 통합한 공적 민간기구를 만들어 금감위를 통합감독기구 내부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금감위원 3분의 2를 민간인으로 채우고, 금감위원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임기를 보장하게 하는 등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 부처에 대한 '대부처 대국' 체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민간 전문가들이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 이중 규제 만드는 감독 시스템
= 민간금융위원회는 현재 우리나라 금융감독 시스템이 금융회사들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8년 출범 당시 금감위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금감원은 감독 업무를 보좌하는 식으로 업무를 분담했지만 이후 금감위 사무국 조직 규모와 기능이 비대해지면서 두 기관이 비슷한 일을 하는 이원화 조직으로 변질됐다. 금감위 사무국 조직은 출범 당시 19명에서 최근 150여 명(각 기관 파견인원 포함)으로 늘어났다.
두 기관이 비슷한 일을 하다 보니 금융회사에서 "금감원에 불려가 설명했더니, 금감위에서 다시 불러 똑같은 얘기를 하게 하더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금감위는 정부 조직으로, 금감원은 공적 민간기구로 만든 기형적 형태도 문제다. 금감위는 재경부와 인사 교류를 하는 등 정책 경쟁과 협조 체제를 갖춰 본연의 건전성 감독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감독 기능 중립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영국 일본 호주 독일 등 통합감독기구를 갖고 있는 모든 국가들이 감독조직을 일원화했다"며 "감독기구가 비효율적이면 자연스럽게 피감기관인 금융회사의 불편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에서 독립시켜라
= 통합감독기구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벗어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 민간기구가 적합하다고 민간금융위원회는 제안했다. 금감위원 9명 중 6명을 민간인으로 임명하고 감독에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민간인 가운데 3명은 상임위원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금감위원 9명 중 6명(금감위원장, 금감위 부위원장, 금감위 상임위원, 재경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정부 측 인사다. 이에 따라 감독기구가 청와대와 정부 의중에 따라 움직이고, 결국 '관치금융'이라는 폐해를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위 구성이 정부 인사 위주로 되다 보니 감독기구가 청와대 의중에 따라 움직이고 결국 '관치금융'의 폐해를 반복하게 돼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간금융위는 금감위를 현재 국무총리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바꾸고, 국회 소속위원회도 정무위에서 재경위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필상 위원장은 "출범 당시 기존 취지와 달리 갑작스럽게 총리실 산하로 바뀌면서 금감위 지위가 어정쩡해졌다"며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꿔야 하고, 또 국회 소속도 금융전문가들이 많은 재경위로 바꿔 국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위원장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 임기를 보장하도록 하고, 임기도 현재 3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른 임명직 위원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와 신분을 법으로 보장해 중립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위원장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재경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으며, 위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추천기관에서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민간금융위는 금감위 사전심의 기능에만 치중하고 있는 증권선물위원회도 금감위에 통합하거나 분리 독립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간금융위는 관련 법안에 통합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에 관한 조항을 좀 더 명시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금감위 의사록을 공개해 감독기구 결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민간금융위원회 참여위원 명단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위원장), 고동원 건국대 법학과 교수, 김용헌 신시내티대 교수(한미경제학회장), 김정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박경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배기홍 퀸스대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정희 매일경제 논설위원, 안동현ㆍ오성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윤기향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종욱ㆍ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22명(가나다 순).
[조시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