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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교수는...대선 경제공약 ‘空約’ 많다

이경희330 2007. 12. 14. 22:47
대선 경제공약 ‘空約’ 많다
  •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은 제각각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여 국민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천가능한 정책이라기보다는 표를 얻기 위한 구호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연 7%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747’공약을 내놓았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여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국제과학기업도시를 개발하여 과학기술강국을 만들며, 탈규제와 저세율 구조로 기업환경을 개선하여 집권 5년 동안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하늘에서는 항공우주산업을 일으키고 땅에서는 평화경제체제를 구축하며, 국민들에게는 중산층을 일으켜 가족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천지인’공약을 내놓았다. 글로벌 중소기업 2000개를 육성하고 한반도 5대 철도망 및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여 5년간 연 6% 성장에 일자리 총 25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는 나라가 바로 서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반듯한 원칙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기업규제 철폐와 10조원 감세, 10만 핵심기업 육성, 정보기술·생명공학·나노·우주항공·환경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역시 5년간 연 6%의 성장에 일자리 250만개를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성장 일변도의 공약들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 대안과 재원 마련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전통산업과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지며 성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졌다. 1986∼95년 우리 경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7%였다. 반면 1996∼2005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이다. 

    성장잠재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소득은 늘지 않고 지출은 늘어 가계부채가 700조원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재정적자가 300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미래 첨단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인가. 또 무슨 돈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한반도 대운하나 5대 철도망과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양극화 구조이다.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는 ‘20대 80’의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부유층에는 재산이 쌓이지만 서민층에는 빚이 쌓인다. 상위 1%인 50만명의 부유층이 전국 사유지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빚을 못 갚아 숨어 살아야 하는 금융소외계층이 전체 인구의 15%인 700만명 선에 이른다. 

    서울 변두리 초등학교의 경우 끼니당 1500원짜리 급식지원 대상자가 25% 수준이다. 공부를 따라 하지 못하는 기초학습 부진 학생이 20%나 된다. 한마디로 경제가 일부 계층에 의해 지배됨에 따라 사회가 가난과 못 배우는 것이 대물림하며 확대재생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무리하게 경제성장을 추진할 경우 양극화가 심화되어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이 경제성장에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산업구조의 다원화, 창업기반 확대, 직업훈련 및 전문지식교육, 사회적 일자리 창출, 조세제도 개혁 등 균형적 경제 발전의 새 패러다임을 성장정책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음 성장정책을 현실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에 소외계층이 건전한 삶을 살 수 있는 복지제도의 확충과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 개혁안은 필수적이다. 대선 후보들은 국민들이 마음으로 믿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희망의 경제청사진을 한시바삐 제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 회생에 목마른 국민들이 다 함께 팔을 걷어 올릴 수 있는 정책의 축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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