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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007년을 돌아보며

이경희330 2007. 12. 1. 00:25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한국경제 2007년을 돌아보며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올 한해 한국경제는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흐름이다.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중요하다. 이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산업생산지수, 제조업가동률 지수, 건설기성액, 도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서비스업활동지수(도소매판매 제외), 비농가취업자수, 수입액 등 8개 지표를 하나로 묶은 이 지표가 올 1월을 바닥으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9월에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엿보이고 있긴 하다.

경기를 판단하는 또 다른 중요한 지표인 경제성장률을 보아도 경기상승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년동기비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4%를 저점으로 2분기 5.0%, 3분기 5.2%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경기의 연속적인 흐름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주(主)지표(그동안은 보조지표)로 작성 발표하고 있는 전기비 성장률도 올 1분기 0.9%에서 2분기 1.8%로 높아졌다. 3분기에는 1.4%로 다소 낮아졌지만 이를 가지고 경기하강이 시작됐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경기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에서도 알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매월 작성하고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다소 불규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올 중반이후 기준치인 100을 넘어 계속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이 6개월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계획,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매월 작성하는 소비자기대지수도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과 소비자의 체감경기 지표 개선은 경기가 앞으로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4%대 후반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전망기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5%보다 다소 낮아진 것이다.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8%로 내다보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성장률을 4.6%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다소 더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소비는 증가세, 투자는 부진 양상 지속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성장의 내용이다. 성장률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국내총생산(GDP)은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순수출 등으로 구성된다. 가장 큰 GDP 구성항목인 민간소비는 꾸준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즉 민간소비 증가율은 1분기 4.1%에서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4.2%와 4.9%로 상승했다. 특히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계수가 0.84(한국은행 분석)로 매우 높은 내구재 소비증가율은 2004년 1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소비회복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가계소득이 임금소득과 자영업자 소득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있다.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도 소비를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2005~2006년 중 가계부채 급증과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올 1월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 등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의 수익모델 부재와 외환위기후 보수적으로 변한 경영풍토, 기업가정신의 쇠퇴, 각종 규제 등 때문에 증가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2003년 -1.2%를 나타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4년 3.8%, 2005년 5.7%, 2006년 7.6% 등으로 높아졌으나 한 자리수에 머무르고 있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 설비투자가 11.4%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3분기에 2%로 다시 크게 떨어졌다. 연간 설비투자 금액(2000년 실질가격 기준)도 1996년 78조원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1조원으로 금감했다가 회복되고 있으나 지난해 85조원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가까스로 넘어선 상태다.


건설투자 위축은 경기회복을 억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2006년 ‘8.31대책’ 등 수십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며, 이것이 가격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으나, 한편에서는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 이에 따라 민간·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장기 침체 현상을 빚고 있다. 건설투자는 2003년에만 해도 7.9% 늘었으나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1.1%와 0.4%로 낮아졌다. 2006년에는 건설투자가 0.4% 줄었으며, 올들어서도 1분기 3.9%, 2분기 3.2%, 3분기 1.1%의 저조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결국 안정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의 투자활성화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히 건설관련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원화절상 속에 경상수지 악화
2004년부터 절상되기 시작한 원화가치는 올들어서도 절상추세가 지속됐다. 기말환율 기준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은 2004년 15.2% 상슨한데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도 각각 2.3%와 8.8% 상승했다. 올들어서는 9월말 현재 1.6% 상승했다. 올들어 원화값 상승률은 다소 완화됐으나, 2004년 이후를 보면 원화값 상승률이 28%나 된다. 일본 엔화에 비하면 그동안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절상된 셈이다.

원화가치가 이처럼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외화공급이 외화수요를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누적과 자본수지 흑자로 한국 외환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넘쳤고 이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을 줄이기 위해 외환당국이 간헐적으로 ‘달러화매입-원화매각’의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원화절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자본수지 흑자다. 올들어서도 지난해에 이어 증권투자와 직접투자에서는 큰 폭의 자본순유출이 나타났지만, 해외차입이 크게 늘어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이 때문에 원화절상 압력이 더욱 커진 것이다. 올들어 9월까지 증권투자 수지는 196억 8900만달러의 적자를, 직접투자 수지는 62억 7300만달러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차입은 무려 309억 6600만달러에 달했다.

이 점은 경상수지 흑자 누적 속에 자본수지가 적자를 지속해 환율절상 압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앞으로도 원화가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자본수지 흑자를 대폭 줄이거나 적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아무튼 원화값 절상으로 경상수지(순수출)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상품수지는 1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반여행, 유학, 연수 등 서비스 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를 합한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될 직전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26억달러 정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한다. 외환위기후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올해 마감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불안, 금리 상승세
올들어 물가는 지난해 2.1% 상승한데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2%대의 상승률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분기 들어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높아졌다. 10월의 경우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3% 상승했는데, 이러한 물가 오름세 확대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상승과 전년동월의 낮은 상승(2.2%)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물가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곡물 제외)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율은 2%대에서 안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안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말하자면 물가는 대외변수인 국제원자재 가격이나 날씨 등 자연여건에 양향을 받는 농수축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의 경우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콜금리를 5차례 올린데 이어 지난 7월과 8월 또 다시 올림으로써 현재는 5.0%를 유지하고 있다. 콜금리 상승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나 국고채, 회사채 등의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4년 6월 이후 17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올렸던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 9월 18일과 10월 31일 각각 콜금리를 0.5%포인트, 0.25%포인트 내리는 등(현재 4.5%) 금리 인하 쪽으로 정책을 선회한 만큼 우리나라로서는 적어도 당분간 금리인상은 어렵게 됐다.

미해결된 정책과제들
2007년 들어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일 것이다. 한미 양국의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내수시장을 한데 묶는 FTA 체결은 양국의 무역확대와 경제성장 고용창출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양국 의회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으나 시간이 문제지 비준은 이르면 내년에라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FTA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FTA도 현재 4차례 협상을 끝내는 등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미 한국은 칠레, 싱가포르, EFTA, 아세안 등과의 FTA를 체결한 만큼 동시다발적 FTA전략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들어 논란이 됐던 몇가지 주요 쟁점 사항들은 아직 뚜렷한 결론을 맺지 못한채 한 해를 넘기게 됐다. 특히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방어책 도입 여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문제 등은 정부부처 내에서나 국회 등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감세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돼 있으나, 이는 정권을 어느 당이 잡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