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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시론...희망의 경제 건설을 위하여 이필상 교수는

이경희330 2008. 1. 5. 11:45
희망의 경제 건설을 위하여
  •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을 선택했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흠집 공방이 치열했던 선거에서 국민들은 모든 것을 덮고 경제를 살릴 지도자를 뽑았다. 이는 날로 불안해지는 경제를 한시바삐 살리는 일이 최우선 국가 과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들은 한마음이다. 새 대통령이 비전을 제시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 경제를 일으켜 달라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청와대를 벗어나 경제 현장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눈물과 땀을 흘리며 희망의 경제 건설에 앞장서는 새 시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경제 살리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사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관료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 경제 살리기의 성패가 좌우된다. 경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 소신 있게 추진하는 최고 전문가를 경제정책의 책임자로 임명해야 한다. 특히 정파나 학맥,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포용하는 인사정책을 펴야 한다.

    한편 경제 운용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정치 논리와 관료주의이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책을 펴거나 개혁을 할 경우 시장 논리는 무너지고 경제는 기형이 된다는 것이 우리 경제의 아픈 과거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관료들에 둘러싸여 기득권 보호 논리에 휘둘릴 경우 경제 흐름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은 외환위기 때 배운 교훈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의 뜻을 모아 강력히 추진하되 구체적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전문성을 갖춘 장관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통령의 독단이나 불합리한 관여는 경제를 병들게 한다.

    새로 구성된 경제팀은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을 실천 가능한 공약으로 바꾸어야 한다. 경제가 양극화의 덫에 걸려 성장 동력을 잃은 것은 물론 사회불안 현상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 당선자는 연 7%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여 어떤 후보보다 경제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당선을 위해서 공약을 부풀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이다. 따라서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 숨기는 것보다는 경제상황을 이해시키고 공약을 다시 만드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다.

    이런 견지에서 경제 달성 목표를 현실화하고 정책 대안에 대해 원점에서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새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에 대해 논쟁이 많았던 만큼 경제를 살리는 길이 그것뿐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선거 막판에 다급하게 내놓은 서민 경제 살리기 등 선심정책에 대해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과 기업들을 경제 살리기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양극화는 많은 근로자들과 기업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사회는 통합은커녕 갈등만 확산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갈등, 부자와 가난한 자의 빈부갈등, 경영자와 근로자의 노사갈등, 도시와 농촌 간의 도농갈등 등 갈등구조가 확산되면서 경제와 사회의 숨을 막고 있다.

    신임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와 노사는 물론 실업자, 농민, 여성, 노인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임금인상 억제, 생산성 제고, 무분규 선언, 규제 개혁, 일자리 나누기, 기업투명 경영 등에 합의하고 지키겠다는 다짐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국민들은 여기에 스스로 동참하여 경제 도약의 대열에 다함께 서야 한다. 우리는 전 국민의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으로 세계를 감동시키고 그로 인해 외환위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새해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번영의 공동체를 만드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