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낙마했다. 지지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낙선의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점을 코 앞에 두고 돌아서는 정치 실세의 뒷모습이 안타깝다. 언론보도에서 6월경 미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말 못할 속사정이 한 둘이겠는가. 그간의 마음고생에 위로를 드린다.
이번 기회에 이재오 주변을 맴돌던 권력의 아집은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 비워진 공간에 새로움이 들어오는 법이다. 자신의 것을 틀어잡고 움켜쥐고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좌절이 때로는 사람을 성숙시킨다. 이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진리이다. 순간 순간 들어오는 민심의 메시지를 경청하는 여유가 있을 때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패배는 뼈아프지만, 이재오에게는 오히려 기회이다. 지역구민과 민심이 선물한 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지를 고민하는 리렉스의 좋은 시기를 선물받은 셈이다. 인간 이재오가 정치인 이재오의 시간들을 관찰해보라.
일전에 신문에서‘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집의 여섯 가지 가훈을 읽은 적이 있다. 한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이기에 앞서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도 귀감이 되리라 생각한다.
1. 스스로가 초연하게 행동하라
2. 남을 대할 때 온화하게 행동하라
3. 일이 없을 때 맑게 행동하라
4. 일을 대할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라
5. 뜻을 이루었을 때 담담하게 행동하라
6. 일이 실패했을 때 태연하게 행동하라
정치인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이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세상 민심과 통하려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정치 이벤트로 민심을 움직이는 것은 잠깐이다. 진정성을 가진 정치는 더디지만 오래간다. 재야에서 제도권 정치로, 여당 정치인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보낸 순탄하지 않았던 정치 역정을 초연하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항상 정답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며칠간‘이재오 당권도전’으로 시끄러웠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다행이다. 미국으로 떠나는 방법은 그동안 유력 정치인들이 패배했을 때 선택한 전형이었다. 국내 언론과 정적들의 구설수에서 벗어나는 좋은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재오 다운 봉사의 길은 없을까? 국내에 있어봐야 끊임없는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재오이기에 뾰족한 묘안은 없어 보인다.
성공한 사람의 웃음보다 패배한 사람의 미소가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의사당에서 너털웃음을 웃는 이재오의 모습보다 민심에 봉사하는 이재오의 미소로 돌아오시길 바란다.
덧붙여,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안정도 견제도 선택하지 않았다. 두고 보겠다는 민심의 표현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을 따지는 정치놀음을 끝내야 한다. 친이 친박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책임있는 정국 운영을 위해 한나라당은 집권당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집권 초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총선으로 끝내야 한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 작년부터 계속되는 정치 과정에서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을 생각해야 한다.
새 정부에 대한 지지의 거품도 빠질 만큼 빠졌다. 이제는 일을 해야 한다.
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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