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금융공기업 수장 가운데 처음으로 사표를 냈다. 임기를 7개월 남짓 남겨둔 상태였던 김창록 총재가 사표를 내자 다른 금융공기업 수장들도 사표 제출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교체 폭에 대한 관심과 함께 업무 공백과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증권예탁결제원이 있고, 기획재정부 산하에는 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가 있으며,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또한 우리금융지주와 산하 자회사인 우리ㆍ경남ㆍ광주은행 수장에 대한 교체 여부도 금융위가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새로 기관장이 임명된 금융감독원의 경우는 임원이 총사퇴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등 이사장 임기를 불과 2~3개월 남겨 두고 있는 기관이나 현재 유재한 전 사장의 총선 출마로 공석이 된 사장을 뽑기 위해 이미 공모절차를 밟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임명된 지 불과 3~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대표들의 교체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들 회사 최고경영자(CEO)도 일단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남은 임기와 함께 경영 수치, 전문성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공기업의 업무 차질은 물론이고 낙하산 무차별 살포의 가능성이 벌써부터 회자되면서 금융계가 전체적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사 때 물망에 오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전 우리증권 사장),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등 아무래도 새 정부와의 '코드'가 우선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낙하산 인사가 ‘민간주도 기업중심’의 국정 철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임을 아는지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모피아의 생리를 몰라서 그런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는 가운데, 기관장은 아니지만 신임 임원이 낙하산 인사 시비에 휘말려 노사분규가 시작된 공기업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1일 이대우 전 우리증권 상무를 신임감사로 선임하여 14일부터 출근하고 있는데, 금융산업노조 수출입은행 지부는 이번 감사발령에 대해 "전형적인 낙하산·연줄 인사"라고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노사분규 상태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신임감사가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정책이나 정책금융 업무에 대해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행장 등 임원발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관 지부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왔고, 현 정부의 실세들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 이씨가 감사로 선정된 유일한 이유”라면서 “후임감사를 선임하는 데 노조가 개입하거나 반대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령은 수출입은행 직원들 대다수가 납득할 수 없는 만큼 출근저지투쟁을 통해 인사를 철회시킬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관료출신 인사를 배제한다는 이유로 민간출신 인물을 기용하고 있으나, 결국 정부와 인맥이 닿는 사람들이 오면서 관치금융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며, 향후 있을 수출입은행장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고의미가 더 커 보인다.
아무튼 새 정부가 관치금융을 배제하고 규제완화를 천명한 이상 낙하산 인사는 관민의 공적1호가 되어야 함이 마땅함에도, 금융공기업의 줄사퇴가 예고되면서 코드인사 내지는 낙하산 인사 문제로 연결되고 있으니 금융계가 치러야 할 홍역은 예외없는 통과의례인 듯하다.
최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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