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 공천을 신청하였다가 3배수에도 들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훌륭한 인사들이 너무나 많다. 다행히 그 복마전 같은 공천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행운이겠지만 사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 공천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무슨 공정한 기준이 있어 그에 바탕을 두고 심사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권력 실세들끼리 흥정의 결과 공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개혁이나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아예 공천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 앉는 것은 그러한 추잡한 정치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천을 받고 또 선거 결과 당선이 되어 국회의원 신분을 갖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쨌든 인맥관리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보인 사람들이다. 그것이 자랑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인격적 손상을 받았을 수도 있는 상처일 수도 있다.
지금 모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특히 비례대표야 말로 정당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권력실세가 좌지우지하는 복마전이다. 특히 비례대표 1번은 대부분의 정당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자리는 그래서인지 높은 값을 가지고 있다. 그 값이 몇 억 정도가 아니라 단위가 보통 몇 십억 단위다. 말하자면 돈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 배지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자리가 어쩌면 비례대표 1번 자리인지도 모른다. 돈만 있으면 1번은 살 수가 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배려를 받아 1번에 공천된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돈으로 그 자리를 샀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돈을 주고 1번을 매입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눈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어느 정도 사회적 명성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말 인망이 높아서 선택되었는지 돈으로 매수하였는지 헷갈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 구설수에 오른 사람의 경우 사회적 명망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본인이 아니라 그를 공천한 사람이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 당의 공천권을 행사한 사람이 왜 이 사람을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하였는지 해명을 해야 한다.
아마 정직하게 해명한다면 그는 정치권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가 평소 떠들던 사회정의니 공정성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 공허한 말들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사회적 지도자로서 행세하지만 사실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성실하게 또 도덕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수행하는 보통사람들보다 조금도 더 나은 면이 없는 사람임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솔직하게 선거자금이 필요해서 1번은 얼마를 받고 팔았습니다 하고 고백하면 오히려 국민이 납득하고 용서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 자수해서 광명 찾으라는 말이 제격이다. 한국에서 비례대표 1번이 정말로 국민의 신망을 받는 사람이 돈 거래 없이 공천될 때 한국 정치는 제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이 오기는 올런지 의문스럽다.
정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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