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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 당당히 섰던 노무현, 이명박 여호와 뒤로 찌그러지는가?

이경희330 2008. 5. 17. 22:45
'생쑈의 달인' 이명박이 이번에는 '개과천선 쑈'를 선보인 모양이다. 하지만, 쑈의 내용과 기사 제목을 보아하니 기자들은 집단으로 낚시질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 기사 제목은 이명박이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가 반성했다."는 식이지만 사실 이명박이 '개과천선 쑈'를 통해 울부짖고 싶은 핵심 대사가 따로 있다는 점은 광우병 걸린 소의 아이큐 수준만 되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이다.

거두절미하고 이명박 개과천선 쌩쑈의 핵심 대사는 이거다. "지난 10년의 그늘이 크고 그 뿌리도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언론사 취직 시험 경쟁률은 살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똑똑한 대가리들 아무리 모아 놓아도 삼류 배우의 삼류 쇼가 전하고자 하는 단순무식한 주제 하나도 파악을 못 하고 기사 제목을 뽑아내니 대한민국 언론은 답이 안 나오는 거다. 하기야 기자실만 차려주면 배부른 돼지 새끼들 마냥 행복한 종자들이니 뭐라 할 말이 있겠느냐마는……

이명박이 나 자신부터 변하겠다는 대사를 읊조린 그날, 짭새 한 마리는 수업 중인 학생을 불러내서 촛불 문화제의 배후를 캐겠다는 이벤트 행사를 선보였다. 과연 이명박은 달라졌다. 아동 성추행범 못 잡는다고 경찰서 찾아가서 조져대던 기개는 깨끗하게 밥 말아 처먹었다. '유신과 5공 재림 쑈'를 선보였던 짭새도, 그 짭새를 날려보낸 경찰서 간부도 아직까지 목이 안 날아간 것을 보면 말이다.

정권이 맛이 가기 시작하면 전혀 영양가 없는 미사여구만 번뜩인다. 고물 비행기에 폭탄 달고 자폭하는 비행대를 '가미가제(신풍- 신의 바람) 특공대'라고 불러주었던 일본 제국주의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 나오는 주윤발처럼 버버리 코트 걸치고, 이쑤시개 입에 물고, 쌍권총 휘두르고 비장미 팍팍 풍기면서 목에 힘주는 분위기만으로는 뭔가 멋있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쌩쑈의 달인 이명박, 생겨먹은 꼬라지라도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1/3 수준만 되어줘도 최소한 역겹지만은 않을 터인데, 면상도 안 받쳐 주는 주제에 되지도 않는 삼류 연기를 매일같이 뉴스화면에 쏟아내니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도, 학생들의 불붙은 분노도 더더욱 깊고 넓게 키워줄 뿐이다.

나 자신부터 변하겠다는 대사를 읊조린 그날로부터 이틀이 지나니 이번에는 꼰대들이 촛불 든 학생들 잡아 족치겠다고 설친다. 제자 앞에서 최소한의 쪽팔림도 모르는 종자들, 니들에게는 선생님이란 호칭도, 교사라는 직능명사도 어울릴 수가 없다. 니들 꼰대들, 까놓고 말해 제자들이 들어 올린 촛불의 촛농에 코를 박고 뒈져도 할 말 없는 인간들이다.


국민 앞에 당당히 섰던 노무현, 여호와 뒤로 찌그러지는 이명박

내가 더욱 열 받는 것은 생쑈의 달인 이명박이 선택한 공연장소이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앙은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내 부모님과 장인 장모 모두가 교회 집사이다. 조찬기도회가 뭐 하는 행사인지 나는 모르지만, 기독교라는 종교와 그 행사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반성한다는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민과의 소통의 도구로 특정 종교의 특정 종교 행사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국가의 공식 종교는 없다. 따라서 이명박이 목사에게 가서 질질 짜면서 참회를 하든, 반성을 하든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이명박이라는 개인의 신앙 영역일 뿐,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공식 행사나 일정이 될 수는 없는 거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노무현 역시 국민 여론과 충돌했던 일은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노무현은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 노력했고, 언론들이 그의 주장을 왜곡하여 오도된 소통을 주도하자 국정홍보처라는 공식 국가 기관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마저도 부족하다면 스스로 국민 앞에 당당히 서서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며, 때로는 국민 여론에 겸허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통은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이명박은 자신만의 신과 마주하는 기도회라는 형식을 통해서 스스로의 입장을 피력한다. 조찬기도회라는 행사에 잘나가는 인간들이 대량으로 참석한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국가 지도층의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장소라는 당위성을 얻지 못한다. 종교행사는 종교행사일 뿐이고, 기도는 신과의 소통이지 국민과의 소통은 절대 될 수 없다는 거다.

나는 이명박이 기독교의 신인 여호와에게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했는지 관심이 없다. 기도를 열심히 하든 말든 그것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통령으로서 정말로 잘못했다고 반성한다면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당당히 서서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왜 생뚱맞게 여호와 하느님을 끼고 개과천선 쑈를 하는가. 그것도 행동의 변화는 전혀 없는 허당 쑈에 불과한 역겨움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이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며 여호와에 대한 신성 모독이 아닐 수가 없다.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여주인공을 처절하게 분노하게 했던 유괴범의 한마디.

'주님께서는 나를 용서하셨답니다.'

쇠고기 수입 파동. 80% 가까운 국민이 아직도 분노하고 있는데 이명박은 여호와의 뒤로 숨어 버렸다. 그에게는 정말 소망교회 주차 정리 요원이 딱 맞는 수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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