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같은 당의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말고 사퇴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포항 사무실로 찾아가 요구하였으나 동의를 얻지 못하자 공개적으로 사퇴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남경필 의원이 이런 행동은 정당화하기 힘든 횡포이며 적반하장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실세들의 인맥가꾸기에 불과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안다. 그로 인해 우리 보수애국진영이 적지 않게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더 크게 실망한 것은 인맥가꾸기 차원을 넘어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공천이다.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보수애국적 신념이 강한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여야 한다. 그러나 결과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실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체성을 판단할 시금석이 바로 소장파로 알려진 인물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보수진영에서는 원희룡, 남경필, 고진화 등과 같은 색깔이 분명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출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한나라당을 파괴하기 위해 잠입한 친북좌파세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천을 보면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만 고진화 의원만이 전여옥 의원에 의해 대체되었을 뿐 원희룡 의원도 남경필 의원도 공천을 받았다.
이로써 한나라당이 우리 보수애국세력의 희망을 배신한 셈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색깔이 반드시 보수애국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고 그래서 정권교체는 하였으되 보수정권을 창출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런데 남경필 의원이 정치적 대 원로, 대 선배인 이상득 의원을 자신의 판단으로 축출하겠다고 횡포를 부리고 나섰다. 당의 공천이라는 제도 자체가 비민주적인 것은 틀림없다. 남경필 의원도 그 공천을 받았다. 자신의 공천이 정당하다면 이상득 의원의 공천도 정당하다. 근본적으로 공천제도 자체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은 공천을 받았으니 선거에 나가고 다른 사람은 공천을 받았으나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독선이요 남의 권리에 대한 침해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의 인격이 동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법률적 요건에 따라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가진다. 그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그런데 남경필 의원이 이상득 의원을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득 의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횡포다. 당연히 이상득 의원도 남경필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득 의원은 남경필 의원의 권리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남경필 의원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독단으로 침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남경필 의원이 민주주의의 기초도 모르는,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른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는 비민주적 인사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일 뿐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도 할 말이 많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남경필 의원 같은 정체성이 맞지 않는 사람을 아직까지 축출하지 못하고 이번에도 공천을 준 것에 대해 더 큰 불만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남경필 의원이 멀쩡한 이상득 의원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요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강도 같은 짓이다. 남경필 의원이 자신의 처지를 안다면, 오히려 자신이 사퇴하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실 남경필 의원에게 묻고 싶다. 왜 민노당에 가지 않느냐고. 왜 한나라당에 집착하는지 묻고 싶다. 원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지 않는가. 한나라당이 싫으면 남경필 의원이 떠나면 된다. 남보고 이래라 저래라고 할 권리가 어디서 났는지 묻고 싶다.
[정창인 자유통일포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