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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대선의 연장선, 정권교체를 완결해야 한다

이경희330 2008. 3. 22. 01:41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이제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통령 자신은 ‘마치 6개월이 흘러간 듯’하다는 발언을 했다. 그만큼 정권 인수 작업이 녹녹치 않았다는 것이고, 취임 초기를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얘기일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총선이 코 앞이고, 10년 적폐의 청산을 도모하자니 첩첩산중이 가로 놓여있으니 딴에는 답답한 마음도 많을거라 생각한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문제가 아닌 곳이 없고, 사고가 안 터지는 곳이 없다. 곳곳에서 공천 탈락자들의 아우성, 산하 위원회 자리를 비집기 위한 로비전, 토사구팽 당했다고 울부짖는 정통 보수들의 볼멘 소리 등등 정치판을 둘러싼 불필요한 소음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권교체를 이루었다고 청계천, 여의도, 광화문 거리에서 얼싸안았던 열정이 냉정으로 돌아서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아마추어 정권’이니,‘고소영 정권’이니 하는 비아냥과 신조어가 난무한다. 인사 파동이 발생했을 때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며‘무한 책임주의’를 선언하고 개선조치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크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잘못을 두 번 반복하는 것이 위험하다. 10년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인수위의 잦은 실책, 인사 파동,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 탈당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등으로 총선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상황도 상당히 어렵다. ‘안정론’에 대한 ‘견제론’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공천 후유증으로 인해 당 조직조차 총선에 대한 임전태세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공천으로 흩트러진 전열을 정비하고, 당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공천 탈락에 불복하고 탈당한 인사들의 극언과 당 흠집내기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물귀신 처럼 박근혜 전대표를 물고 늘어지고, 자신들의 연대체 마저도 ‘친박’이란 이름을 버젓이 사용하면서 박 전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들에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를 바란 적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나 양식마저 날려보내는 그 뻔뻔함에 혀가 찰 뿐이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두고 간다던 사람마저도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악담만 남아 있다. 그러고서도 당선되면 복당을 하겠단다. 이건 대체 무슨 뚝심이고 똥배짱일까 ?

 

아무래도 이번 총선의 의미를 다시 되새김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하게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총선을 바라보는 우리의 전략적 마인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총선에 비해 공천이 상당히 지연되면서 여ㆍ야가 맨몸으로 사지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 상황에서‘이명박 브랜드’를 통해 안정론을 역설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이번 총선도 지난 대선의 연장선에 있다’는 긴장감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정권교체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었다고, 여ㆍ야간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정권교체가 아니다. 어쩌면 상당한 시간동안 곳곳에서 국정 파탄 세력들의 인물과 그들의 관행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훼방을 놓을 것이 분명하다. 10년 적폐들의 저항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긍정적이고 잘하는 것을 승계하는 것은 정파를 떠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폐습과 구조는‘대불공단 전봇대’ 뽑듯이 뽑아버려야 한다. 이것은 합당한 정치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총선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안정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안정론’에 대한 대응기제인‘견제론’의 상승세를 꺽기 위해서, 그리고 정권교체의 열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논공행상에 매몰된 자파들의 긴장을 끌어내기 위해서 이번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에 있는 “정권교체의 완결시점”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원활한 국정운영의 첫단추는 아직 꿰어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 출범의 과도기적 상황이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고, 혹은 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행착오와 문제들을 덮거나 회피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개선해나가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야당을 하는 것 같다’는 대통령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 말이 공공 기관장의 교체만을 두고 한 얘기는 아닐 터이다.

 

 신윤철의 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