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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만 물러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이경희330 2008. 3. 24. 01:50

지금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으로 패망을 길을 가고 있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압도적이지 못하게 되자 낙선의 공포에 떨고 있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자들이 특정인을 물고 늘어지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상득 의원만 사퇴하면 마치 자신들에 대한 지지가 상승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희생양을 통해 심리적 불안을 떨쳐보려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어느 특정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공천제도 자체에 있다. 당원도 아닌 사람들이 당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인 공천권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민주정당제도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어차피 실세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고 그들의 대리인으로 역할을 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 엉터리 같은 비민주적 무책임한 공천제도를 만든 당에 우선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는 국민이 하였는데 마치 특정 계파들이 이 틈을 이용해 자신들의 계파가 희생당하지 않겠다고 서로 상대 계파를 비난하면서 공천은 원칙이 무너지고 계파간 나누어 먹기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니 공천에 탈락하면 자신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 계파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천을 얻기 위해서는 인격이고 뭐고 사생결단하고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서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소위 실세라는 사람의 줄을 잡기 위해 한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들도 서슴치 않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 특히 인사가 국민을 흡족케 하지 못했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경제였고 그 경제에 대한 기대로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초기 각료 인선을 보면 경제가 아니라 치부에 능한 사람들이 주로 발탁이 되었고 이 점이 국민을 실망시킨 것이다. 그 불똥이 한나라당에 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에 대응하지 못하고 공천이라는 죽기살기식 투쟁에 마구잡이로 각 계파가 대치하다보니 그만 원칙도 실종되고 개혁도 실종되었으며 일관성도 실종된 엉망의 공천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정치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그 때부터나마 모두들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로 부각시켜 한나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게 되자 모두들 그 결과가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더 한심한 것은 특정인을 따르는 사람들은 공천에서 탈락되자 당을 뛰쳐나가 무슨 친O연대라고 하여 스스로들 특정인의 종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나타났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민주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을 뽑는 행사지 누구의 하수인들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 그리고 스스로 인격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누구누구의 그늘 아래 있는 사람이라고 밖에 자신들을 내세울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이유도 정당성도 없다.

 

이 세력은 지한 한나라당 경선 때 지나치게 네거티브에 올인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네거티브의 핵심은 거짓으로 들어났다. 그러면 그 거짓 네거티브에 대해 반성을 하여도 시원찮을 판에 이들이 아직도 자신들은 누구를 차기 대통령으로 모시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민은 차기는 차기고 지금은 다음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할 뿐이다.

 

수도권 공천자들이 집단으로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사퇴하라고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상득 의원이 사퇴하면 현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고? 이상득 의원만 사퇴하면 자신들에 대한 지역구의 지지도가 하루아침에 상승할 것이라고 믿느냐고 묻고 싶다. 만약에 그렇다면 당신네들은 무슨 자격으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였느냐고 또 다시 묻고 싶다. 다른 특정인의 거취에 따라 자신들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춤을 춘다면 자신들의 인격과 자격은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자신의 자질을 국민이 심판한다. 상황이 불리해도 자신이 가진 논리와 능력과 설득으로 유권자의 표를 얻어야 한다. 오직 다른 사람의 거취에 따라 자신이 이길 수 도 있고 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국민의 대표로 자처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자신들의 두 발로 일어서야 한다. 이것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자질이다.

 

무엇보다 이미 저질러진 잘못에 의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상당히 낮아졌다면 이제 그 낮아진 지지율을 끌어올려냐 할 책임은 바로 자신들에게 있다. 자신들이 국민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들이 공천된 것이 잘 된 것이란 것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인 때문에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그 사람의 사퇴를 주장하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 그 사람들도 그 공천제도, 그 공천위원회의 결정으로 공천된 사람들이 아닌가. 이들이 이상득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도 잘못 공천되었으니 보다 공정한 또는 보다 나은 공천제도 또는 공천심사위의 심사를 받겠다고 사퇴하는 것이 정도다. 자신들에 대한 공천을 옳으나 오직 이상득 의원에 대한 공천만 잘못되었다는 식의 주장은 날강도 같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지금 이 시간에 집단으로 특정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만 크게 만든다. 모두 한 공동운명체이니만큼 서로 도우며 최선을 다하여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두 합심하여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지금 하락한 것은 단지 한 두 명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현재 공천된 많은 사람들이 모두 연대하여 책임질 일이다. 국민이 실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재 공천된 사람들이 어떤 원칙에 의해 철저한 심사를 받고 통과한 사람들이 아니라 각 계파별로 안배하는 식으로 되어 자격과 무관하게 나누어 기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남 탓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득 의원 한 사람만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자신한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단지 희생양을 찾는 심정으로 또는 계파간 투쟁전략으로 그렇게 한다면 그만 두고 오히려 합심하여 단결하는 것만 못하다.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창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