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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기자회견을 본 소회..

이경희330 2008. 3. 24. 01:58

박근혜는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하여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비난의 요지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이 된다.. 첫째는 이번에 탈락된 자신의 계파후보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탄핵역풍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살려낸 주역들이라는 주장하며, 이들의 공천탈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둘째는 민주적 절차의 상향식 공천이 아닌 권력이 개입된 하향식 주관적 공천이란 주장이며, 셋째는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자신을 속였다는 내용이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당지도부에 대한 책임을 거론했고, 자신은 한나라당에 남아 한나라당을 개혁시킬 것임을 표명했다.. 친박계의 공천탈락 후보자들의 공천반발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박근혜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18대 총선과 그 이후의 정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은 분명한 일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국구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박근혜의 기자회견 의도를 분석하여 비교해 보면 그림이 대강 나올 듯 싶다..


일단 현재의 정국이 한나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은 대선 직후 200석까지도 예측했던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나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를 여전히 한나라당은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단지 분석을 하는 사람들의 “기대”나 “추측”같은 요소들이 도입되며 변화를 전제로 했을 때에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은 위협을 받는다..


즉 한나라당이 겪고 있는 위기는 지난 17대 총선과는 성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존립자체를 위협받는 절대적 위기상황은 아니며, 단지 대선직후의 예상 의석수와 비교된 관점에서의 위기라고 파악을 하는 것이 옳다.. 반면 한나라당의 대항마로 존재하는 민주당이나 선진당, 친박연대 등의 입장은 자신들이 기대하는 바람이 성공적으로 불어야 존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구별된다..


따라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한나라당 위기론은 일종의 엄살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삼자의 속 편한 입장에서의 시각일 뿐이다.. 당장 총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피를 말리는 압박으로 작용될 수 있다.. 아무리 한나라당이 잘 되어도 자신들이 떨어지면 만사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위기론은 끊임없이 확산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역시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남은 보름 동안 친박연대, 선진당, 무소속 등이 아무리 돌풍을 일으킨다 해도 결코 한나라당을 위협하는 의석 수는 확보할 수 없다.. 오히려 민주당에게 어부지리만 줄 뿐이며, 그래 봐야 민주당도 개헌 저지선을 달성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기자회견은 총선의 구도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기 보다는 한나라당 내부의 헤게모니 쟁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박근혜의 공격은 당지도부와 강재섭에게 집중되었다.. 또한 말미에 “한나라당을 꼭 다시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름 아닌 강재섭 지도부의 조기사퇴와 총선 후, 선거의 책임을 묻는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당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그런 추측은 현재 박근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더욱 명확해진다.. 주지하다시피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이 것은 당대표 기간 동안 박근혜가 쌓아놓은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일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을 무난히 치르고,,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완벽하게 장악하게 된다면 박근혜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나와 승리할 가능성은 없어진다..


따라서 새 후보들을 중심으로 지역구가 개편되었지만 공천반발과 잡음 등으로 후보들의 지역구 장악력이 취약한 지금이야말로 박근혜에게는 마지막 남은 기회였다.. 23일 기자회견은 그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의 총선구도를 흔듬과 동시에 당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총선 후 결과에 책임을 물어 당지도부를 해체하고 전당대회를 개최할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를 통해 지역구에 대한 영향력이 남아 있는 동안 당대표로 취임을 하고, 당정분리를 통해 한나라당을 독자적으로 지배할 그림을 그린 것이 이번 기자회견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박근혜의 공세에 대해 강재섭은 강수로 응수를 했다.. 불출마 선언을 통해 공천 결과에 대하여 더 이상 시비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고, 당 대표직에 대해서는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 결정을 하겠다는 의사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현재 상황에서 강재섭의 강수도 먹힐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한나라당 위기론은 정치적 의도에 의해 과장되는 면이 없지 않다.. 지역구에서 뛰는 개별 후보들의 입장이야 절박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 낙승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만일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친박계의 군소정당들이 한자리 수 미만의 의석에 머물게 된다면 총선 후의 분위기는 급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공천 책임을 물어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박근혜의 요구는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강재섭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과반수 의석 확보에 기여를 했다는 대의도 살릴 수가 있다.. 박근혜는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구도를 이용하여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는 있을지언정 18대 총선의 큰 구도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의 공천내분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와 강재섭의 대결구도, 이상득의 퇴진을 둘러싼 잡음 등 얽힌 칡 타래처럼 복잡한 구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일주일 동안 결판이 날 수 밖에 없다.. 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속한 정당과 나아가서는 국가를 위한 방향에 저해되지 않은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을 비난하며 당을 살리겠다는 박근혜의 모습과, 당을 살리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강재섭의 모습이 대비된다.. 한나라당은 내부 대립의 과정에서도 항상 국민의 눈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당과 국가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시대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