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명박 정부는 경제 운영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정부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이경희330 2008. 9. 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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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경제위기설로 불안에 휩싸였다. 실제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심리적 불안 때문에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우려도 없지 않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실물부문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성장의 숨통을 막고 있다. 더구나 수출 한국의 기치로 내달리던 무역도 대규모 적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금융부문에서는 가계와 중소기업들이 부채를 갚지 못해 연쇄부도의 불안에 허덕인다. 이 와중에 불안을 느낀 외국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부도가 날 위기는 아니다. 아직 외환보유액의 여유가 충분하고 외채 상환 압박도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아무리 위기설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 환란은 절대 없다는 정부의 거짓을 떠올리면 더욱 불안해진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명목적인 성장주의에 얽매어 경제혼란만 불렀다. 그것이 신뢰 상실의 시작이었다. 대표적인 정책이 대운하 건설이다. 거대한 토목공사로 성장률을 높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결국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그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정부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기회만 엿보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중소기업과 중산층이 무너져 허리가 끊겨 있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의 파도가 밀어닥쳐 실업자를 쏟아내고 환율이 급등해 물가가 치솟고 있다. 경제 하부구조가 거의 불능화된 상태다. 이런 마당에 과거의 단순개발 정책을 들이밀자 경제가 방향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는 것이다.

    18대 국회가 지각 개원한 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책마다 모순투성이다. 공기업 개혁은 정부의 핵심사업이다. 정부는 총 319개 공기업 중 79개 기업에 대해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등의 개혁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무늬만 개혁이다. 공기업의 핵심인 실질적인 민영화는 뉴서울골프장, 한국자산신탁 등 저항이 적은 소규모 기관 5개에 불과하다. 통폐합과 기능 조정도 단순한 교통정리 이상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개혁은 뒷전이고 권력 주변 인물의 낙하산 인사에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부동산 정책도 핵심 내용이 빠졌다.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의 신도시 건설, 재건축요건 완화와 시기 단축, 지방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막상 건설경기의 목을 죄고 있는 담보인정비율, 부채상환비율 등의 금융규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미분양만 더 늘 전망이다.

    성장정책의 시금석이라고 하는 세제개편도 문제가 크다. 정부는 민간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대규모 감세조치를 취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대통령의 기본정책 철학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감세안은 상속·증여세, 양도세,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을 대부분 포함하고 총규모가 21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총감세액 중 70% 이상이 부유층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재정적자를 늘려 경제불안을 확대할 소지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가?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이렇게 경제가 흔들리고 민심이 이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국민 앞에 머리 숙여 반성해야 한다. 최고 정책결정자가 직접 나서 경제 운영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다음, 경제 실상을 올바르게 알리고 국민의 지혜를 모아 경제 살리기 청사진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진실로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정부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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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9.05 (금) 20:35, 최종수정 2008.09.05 (금)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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