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교수..공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만한 경영과 비리,공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만한 경영과 비리,그러나 공기업은 정치인의 전리품으로 전락

이경희330 2008. 9. 29. 22:58

 

 

         이필상 교수

 

[정경뉴스]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27개 공기업의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1차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곧이어 정부는 29개 연구기관 및 진흥원의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2차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추가적인 공기업 통폐합과 기능조정을 위한 3차 선진화 방안도 곧 발표될 계획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공기업 개혁 방안이다.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경제운영의 기본 철학으로 하고 있다.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 시장기능을 확대해 경제성장의 근본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향후 우리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과제로 볼 수 있다.

무늬만 개혁?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기본철학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민영화를 공기업개혁의 주요과제로 내세웠으나 내용적으로 볼 때 흉내만 냈을 뿐이다. 더구나 연구기관과 진흥원의 통폐합이나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 등 기능조정도 실질적인 내부 개혁보다는 교통정리에 가깝다. 더구나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비용절감이나 경영효율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안에서 대표적인 개혁조치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이다. 그러나 이것도 별도의 사업부로 만들어 주택공사는 진주로 토지공사는 전주로 보낸다는 계획이어서 본질적 의미가 없다.

공기업개혁의 핵심은 민영화다. 정부소유를 민간에 넘겨 경쟁논리로 경영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정부역할을 축소하고 대신 시장기능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출범 시 공기업 개혁 방향을 제시할 때 전력, 가스, 수도 등 필수 공공 부문을 포함하여 주요 공기업을 민영화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핵심 공기업 50개 정도를 민영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내놓은 민영화 대상 기업은 절반에 불과하다. 중요한 사실은 민영화 주요 대상기업들이 어차피 정부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이번에 민영화 대상으로 정해진 공기업들은 뉴서울골프장, 한국자산신탁 등 비교적 규모가 작고 민영화 저항이 적은 5곳에 불과하다. 민영화 대상으로 지정된 공적자금 투입기업들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핵심기업들이다. 조선에서 대우조선해양, 반도체에서 하이닉스, 건설에서 현대건설, 전자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 항공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14곳으로서 실로 주요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외환위기가 닥치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으나 국민부담인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하여 살려낸 기업들이다. 따라서 소유만 정부일 뿐 기능이 공기업은 아니다. 따라서 이 기업들의 매각은 공적자금을 회수하여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하는 당연한 구조조정의 절차이다. 이를 공기업 선진화 계획으로 주요 내용으로 포장한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결국 정부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살려낸 공적자금 투입기업들을 서둘러 매각하는 것은 재정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 밖에 안 된다.

민영화의 의미
더욱 문제는 특정자본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겨줄 경우 경제력을 집중시키고 국부를 유출하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매각하기로 한 기업들은 해당산업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대형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은 현실적으로 자금동원능력을 가진 대기업과 외국자본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매입하여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간산업기반이 경제적 집중과 국부유출의 희생물이 될 소지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의 진정한 의미는 공공부문을 민간부문으로 바꾸어 시장규율과 경쟁논리에 의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의 본래 의미를 살리려면 기능상 실질적인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에서 이러한 민영화가 능사는 아니다.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기업을 무조건 민영화해 시장논리에 맡길 경우 상업성에 치중하여 공공재화나 용역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시장독과점에 의해 요금이 턱 없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영국을 꼽는다. 1979년 대처수상이 집권하면서 가스, 전기, 통신, 수도, 석탄, 철강, 항공, 자동차 등 공공부문으로 되어 있는 전 산업에 대해 과감한 민영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산업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시 변영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민영화의 부작용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철도산업의 민영화이다. 영국정부는 전국 철도망을 여러 개로 분할하여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민영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전국철도망을 나눈 결과 철도운행의 효율이 떨어지고 거꾸로 요금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해당기업들이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안전설비투자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증가했다. 급기야 영국정부는 2002년 철도를 다시 정부관리체제로 바꾸었다.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영국정부는 에너지 산업을 민영화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으로부터 외국자본을 유치했다. 그러자 주요 에너지산업이 외국자본의 독과점체제가 되면서 가스요금과 전기 요금이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치적 전리품
공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만한 경영과 비리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은 정치권 전리품으로 전락한다. 따라서 낙하산 인사가 단행되고 종업원이 불필요하게 늘며 구성원들간에 갖가지 나눠먹기 비리나 부패가 성행한다. 공기업은 정치권력, 관료집단, 노조, 경영진의 공동의 먹이감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정치권력은 집권하자마자 논공행상식으로 선거유공자들에게 공기업의 장이나 임원자리를 나눠준다. 또한 권력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갖가지 이권사업에 관여해 갖가지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한편 관료집단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규제나 조세 등의 힘을 이용하여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특혜를 함께 누리며 퇴직 후 자리를 차지한다. 여기서 경영진은 위로는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에 충성을 하고 밑으로는 노조의 요구를 대폭수용하며 자리를 보전하고 막대한 보상을 받는다. 노조는 정년보장, 고임금 등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서 갖가지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 한계 대문에 공기업개혁의 요체로서 민영화를 중요시 하는 것이다. 공기업이 민영화 될 경우 시장규율의 지배를 받게 되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투명한 경영과 경쟁력 제고가 강요되고 비리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정부는 이와 같은 민영화는 뒷전으로 미루고 공기업개혁을 내세우며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정치적 전리품으로서 공기업을 차지하는 것이다. 실제 신용보증기금, 조폐공사, YTN 등 주요공기업의 낙하산인사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비리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향후 공기업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기업개혁은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하고 강력한 의지로 추진해야 한다. 섣불리 미봉책을 내놓았다가는 개혁을 망치고 오히려 경제기반을 흔드는 역작용을 일으킨다. 공기업개혁의 핵심적 목표는 방만한 경영구조의 청산과 비리척결이다. 그리하여 고품질의 공공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소유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영화는 공기업 개혁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상업적 목적을 가진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올바르게 선정하여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왜 필요하며, 어떻게 할 것이며, 무슨 효과가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아무리 민영화라 해도 기능상 공공성이 침해 받지 않아야 한다. 더 나아가 특정자본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소유자로 참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가져야 한다.

한편 낙하산 인사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공기업의 장관 임원을 선임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선임된 경영진이 중심이 되어 정치권력, 관료집단 노조와 중립적인 입장에 모든 정치적 이해관계를 끊고 개혁적은 경영을 하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통폐합이나 기능조정작업도 올바른 공론화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실질적인 효과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내놓은 공기업 개혁안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여 실질적인 개혁 방안이 되도록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