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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파격행보

이경희330 2008. 3. 1. 19:25

중요한 것은 격식보다는 내용

 

"국민 성공 시대," "국민을 섬기겠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생긴 구호다. 듣기엔 정말 좋은 구호다. 하지만 각료 인선과정에서 보여준 '고소영' '강부자' '강금실'이라는 유행어는 '국민'이 일부 기득권층과 상류층이라는 대한민국 1%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모습은 '격식' 파괴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단을 1미터 낮추었고,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진행자의 안내멘트 생략, 대통령 부부 전용 탁자 생략하여, 다른 참석자들과 같은 선상에 의자가 배치 된 것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형식 파괴는 '실용'을 핵심 주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 방향에 따른 것이다. 실용과 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형식과 격식 파괴가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식과 격식을 파괴하여 권위주의는 없앨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 구성원들 하나하나 모습을 보면 결코 기득권과 상류층을 대변하는 모습에서는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에서 묻어나는 격식 파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소영, 강부자, 강금실로 대변되는 자신들의 근본을 바꾸지 않는 한 겉치레 형식 파괴는 한순간은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겉치레임을 알게 된다.

 

교수 부부가 30억원을 모은 것은 양반이다. 골프회원권 2개를 싸구려라 하고,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고 했던 장관들의 해명은 겉치레 격식 파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명박 정부 구성원들의 마음가짐과 근본 태도가 변화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에서 유독 실용을 강조했다. 일본에게 과거청산을 전혀 묻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머물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이념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과연 닫힌 민족주의에 빠진 이들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일제강점기 사과와 군대위안부 인정을 그토록 요구하는 이들이 과연 닫힌 민족주의자들인가?

 

그분들은 닫힌 민족주의자들이 아니라 인간 기본권과 존엄성을 요구할 뿐이다. 인간기본권과 존엄성을 짓밟은 일본제국주의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인간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 담긴 역사인식과 인간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과 관계 설정을 민족 내부 문제냐 ,국제관계로 볼 것이냐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족내부와 국제문제로 동시에 봐야 한다고 했다. 북한 바라보는 인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민족과 국제 문제가 서로 얽힌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방향을 보면 한미동맹 강화를 통하여 남북한 관계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방향이다. 한미동맹 차원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보는 순간 미국 중심에서 북한을 바라보게 된다.

 

미국 판단에 따라 북한을 판단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바라보는 북한과 미국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다르다. 한반도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민족전체의 생존권과 미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을 가지면 남북한 관계는 종속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체가 아니라 미국이 주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끊임없이 실용을 강조한다. 정치, 교육, 경제, 문화, 외교, 남북관계까지도 실용이다. 실용은 경제적 이익이 되면 좋다는 것이다. 듣기와 보기에는 실용이 좋을 것 같지만 매우 위험한 말이다.

 

실용에만 매몰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교육은 실용이 아니다. 사람을 사람되게 만드는 일이 교육이다. 실용이 도입되는 순간 아이들을 돈 잘 버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숭례문이 왜 타버렸는가? 문화재를 경제논리로만 생각하여 개방하였기 때문이다.

 

과연 남북관계를 실용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한다면 3000달러시대로 만들어주겠다는 실용주의가 과연 북한 체제를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아니다.

 

격식파괴는 겉치레가 중요하지 않다. 생각이 바뀌고, 삶이 변해야 한다. 수십억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말이 아니다. 전셋집으로 이사하라는 말도 아니다. 시민을 알고, 그들의 삶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펴라는 말이다.

 

친기업 대통령이라면, 친노동자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단상을 없애고, 배열을 일반인들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발 시민을 아는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고, 고소영, 강부자, 강금실이라는 유행어를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는 칼국수를 먹었다. 대단한 격식파괴였다. 하지만 1997년 12월 김영상 대통령은 단군이래 가장 혹독한 경제파탄을 경험했다. 그후 우리 나라는 양극화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의자 자리 배치에 신경 쓰지 말고, 기득권과 상류층만을 위한 경제를 내세우지 말고, 제발 시민과 서민을 위한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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