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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 |
지난 12월15일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4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지자체로부터 적극적인 추진 건의가 있었기 때문에 홍수 및 가뭄 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주요 배경과 목적이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사업 물량 및 사업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며, 하천 정비는 ‘녹색 뉴딜’이라는 것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의 개요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사업 물량 및 사업비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14조원이 소요되는 정부 사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알맹이가 없이 부실하고,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직 기초그림도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4대강 정비 사업이 운하의 포석이라는 판단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동안 낙동강 유역의 5개 지자체장들은 ‘낙동강 운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이에 부응해 4대강 정비 사업에서 국토해양부 예산의 65%가 낙동강에 편중된 것은 낙동강 운하를 염두에 둔 사전 조치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사업에 대해 운하 건설이 아니라고 굳이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4대강 하천 정비의 실체가 운하일 것이라는 의문은 지울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이 정도 말 바꾸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의 주요 내용과 예산을 담은 <표>를 살펴보면 이것이 운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하의 구성 요소로는 배가 다니는 수로, 수로를 채우는 운하 용수, 고저 차를 극복하는 갑문 그리고 선착장(배후 물류 단지 포함)이 있다. 이것을 운하의 4요소라 부를 수 있고, 운하를 건설하면 하천 환경이 훼손되기 때문에 하천 환경 복원 사업이 부가적으로 추가된다.
세부 사업 들여다보면 사실상 운하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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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 권진봉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이 과천 정부청사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런데 4대강 하천 정비 세부 사업을 보면, ‘하도 정비’와 ‘제방 보강’을 함으로써 운하 수로를 확보할 수 있고, ‘농업용 저수지’와 ‘댐 및 홍수 조절지’를 건설해 운하 용수를 공급할 수 있으며, ‘배수 갑문 증설’과 ‘자연형 보’를 배가 다닐 수 있는 갑문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발표에 따르면 ‘천변 저류지’를 민간 자본으로 조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민간에게 보장할 수 있는 수익 사업은 하천변에 있는 농경지의 일부를 저류지로 활용하고 나머지를 택지로 개발해 민간이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행복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개발된 택지에 선착장과 배후 물류단지를 설치해 그 운영권을 민간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천변 저류지는 홍수를 조절하고 평상시에는 습지로 활용하는 생태적 개념에 기초한 하천 공간이다. 즉, 그것은 인간의 공간이 아닌 동식물의 공간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완공된 독일의 마인-도나우강 운하(MD 운하) 공사비의 20% 이상이 환경 개선 사업으로 지출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하천 환경 정비’와 ‘자전거도로’ 건설이 운하로 훼손될 하천 환경을 복원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이상의 논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정비 사업이 운하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천 정비 사업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정부의 운하 건설 목적이 일관성이 없었으며 또한, 밀실에서 추진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스로 신뢰성을 상실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천 정비를 운하로 해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석하도록 이끌었던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모름지기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만약 정책이 바뀔 경우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민감한 사인일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토부로부터 25억원의 용역비로 하천 정비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봄 밀실운하연구의 주체였고, 그 당시 연구원들 대부분이 이번 용역에 다시 참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이면에는 국토해양부의 의지가 있다. 국토해양부장관의 입장은 운하건설이고, 하천 정비는 ‘억지 춘향’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천 정비는 원래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
운하와 같이 우리 사회를 첨예한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논란의 장으로 이끌었던 하천 관련 사업은 일찍이 없었다. 지난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상 운하 포기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운하 찬성론자들은 줄기차게 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즉, 80%에 가까운 국민이 반대한 운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지속적으로 운하에 대한 홍보 작업을 벌여왔다. 아직도 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14조원이 소요되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운하가 아니라고 한다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나 해결책은 간단하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는 포기한다’라고 단 한마디 말만 하면 된다.
하천 정비는 운하와는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다. 하천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열린 마음으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고민한 뒤, 오늘 우리가 하천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나그네이지만, 강은 내일도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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