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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있는 신문 [아듀!2008] <일요신문> 특종 퍼레이드

이경희330 2008. 12. 28. 20:16

기자·검사들 열독 과연 우연일까요
왼쪽부터 박세리,윤태식 씨,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2008년은 정치 경제 사회 연예 스포츠 등 각 분야에 걸쳐 유난히 화제가 많았던 해다. 정치적으로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총선이 치러지면서 많은 뉴스가 생산됐다. 사회적으로는 쇠고기·멜라민 등 먹거리 파동이 이어지며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는 최진실 등 톱스타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던져줬다. 또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각종 경제지표들이 곤두박질치는 참담한 소식도 접해야 했다.

우울한 소식들 가운데 희망적인 소식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연달아 전해 준 승전보였다. 이들의 선전에 국민들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창간 이후 16년 가까이 숱한 화제를 만들어냈던 <일요신문>은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올 한 해도 어김없이 많은 특종과 단독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2008년 한 해 동안 <일요신문>이 보도했던 특종들을 정리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으로 국민들이 새로운 기대에 들떠있던 지난 2월 말 언론사 기자들과 국민들의 눈이 <일요신문>으로 모아졌다. <일요신문>은 지령 824호에서 ‘박철언, 여교수 고소 내막’을 통해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이 자신의 돈을 횡령했다며 미모의 여교수를 고소하게 된 사연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결국 박철언 전 장관의 비자금 의혹으로 비화됐고 이후 각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특종보도엔 한 가지 미담도 있다. 원래 관련 정보를 처음 입수한 기자는 취재 2팀의 한 여기자였다. 그러나 그는 취재 도중 건강이 나빠져 잠시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욕심내지 않고 취재한 정보를 같은 팀원들에게 넘겼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안양에 살던 열 살 혜진 양과 여덟 살 예슬 양이 유괴살해된 일명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는 경찰이 미처 살피지 못한 곳들을 샅샅이 훑고 다니다 살인마 정 씨의 다이어리를 입수해 보도했다(지령 828호 살인마 본색). 다이어리에는 정 씨가 자필로 쓴 일기가 담겨 있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살인을 저지르기 전 정 씨의 심리상태를 다른 어느 보도보다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일요신문> 창간 16주년 특집으로 발행된 지령 831호에는 깜짝 놀랄 만한 특종 2개가 보도됐다. 하나는 원조 골프 여제인 박세리의 남자친구를 최초로 공개한 기사와 사진. 이 사진은 다음날 각 일간지와 무료신문 스포츠면을 도배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해외에 주재하고 있는 통신원을 통해 박세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취재한 끝에 얻어낸 쾌거였다.

같은 호에 보도된 ‘김용철 변호사 다큐멘터리 찍는 내막’도 각 언론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로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다. 모 주간지에 처음 제보한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가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는 보도는 타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쇼킹한 뉴스였다.

그로부터 3주 후 지령 834호에서 <일요신문>은 ‘최고가 오피스텔 타임브릿지의 비밀’을 통해 다시 한 번 삼성그룹을 향해 펜을 겨눴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 ‘타임브릿지’의 소유주가 대부분 삼성의 전·현직 임원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것. 이 기사는 삼성 특검으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온통 삼성그룹에 쏠려있던 때라 파장이 더욱 컸다.

총선 이후 <일요신문> 기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먼저 18대총선 최연소 당선자였던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자 <일요신문>은 양정례 당선자가 가지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 부동산을 샅샅이 훑었다. 그 결과 양 당선자가 후보자 등록 당시 선거관리 위원회에 무려 140억 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는 양 당선자의 재산으로 의심되는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떼어본 후 직접 현장을 찾아가 눈으로 확인까지 하는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이 수개월간 이어져 오는 동안에도 <일요신문>은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 프라임 그룹 비자금 조성의혹 등 검찰발 기사는 대부분 <일요신문>에서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프라임 그룹 사건은 결국 그룹 총수가 구속됐다.

현 권력도 <일요신문>의 감시를 피할 수는 없었다. 전 정권 유력인사가 연결됐다는 의혹으로 시작된 강원랜드 비자금 수사는 결국 검찰의 의도대로 전 정권 인사가 관련됐다는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하청업체인 케너텍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 이 와중에 <일요신문>은 전 정권 인사뿐 아니라 현 정권의 차관급 인사 A 씨도 케너텍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지령 854호 케너텍 비자금 X파일 추적). A 씨는 일간지 등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 ‘명사랑’ 회장인 정 아무개 씨가 거액의 돈을 가로챈 후 검찰에 의해 수배됐다는 사실도 <일요신문>의 특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사건의 파급력을 감안해 언론에 알리지 않은 채 수사하려 했지만 <일요신문>의 보도로 어쩔 수 없이 이 사실을 자세히 공개해야만 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도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을 만큼 <일요신문>의 정보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김용철 변호사(왼쪽), 노건호씨.

<일요신문>에게는 종교권력도 ‘성역’은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교신문의 사장이자 불교방송의 이사장인 조계종 영담 스님의 수상한 재산 축적 내막이다(지령 840호 영담스님 수상한 재산 축적 내막). 당시 본지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석왕사 부동산의 상당 부분이 사찰이 아닌 승려 개인의 명의로 돼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도가 나간 후 조계종에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 <일요신문>의 취재 자료를 모두 가져갔고 사정기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JMS의 교주 정명석도 <일요신문>을 통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정 씨의 공판을 독점 생중계하는 한편 정 씨의 변호인으로 삼성특검 조준웅 변호사가 임명됐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하기도 했다(지령 858호 조준웅 특검, 정명석 변호).

본지에서 이 사실을 최초 보도했었던 것을 몰랐었는지 약 일주일 뒤 한 일간지는 마치 자신이 특종한 양 이를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다른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자료로 관심을 끌었던 기사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의 해외유학 내막이다(지령 853호 노건호 해외유학의 비밀). 재벌가 자제들의 주가조작을 수사하고 있던던 검찰은 노 씨가 비슷한 일로 인해 청와대 민정실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본지의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 담당 검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알려줄 수 없느냐고 부탁해오기도 했다.

수지 김 사건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윤태식 씨와 박연차 회장의 주식 공방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지령 862호 윤태식-박연차 주식공방). 윤태식 씨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씨가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기에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지를 <일요신문>만이 자세히 보도했다. 관련 사건으로 검찰청에 불려간 윤 씨는 출입기자들이 이것저것 물어오자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던졌다고 한다.

“<일요신문> 보세요”

지령 863호에서는 형제 간의 오랜 갈등의 원인이었던 육영재단 운영권이 결국 박근령 씨에서 박지만 씨로 넘어간 사실을 보도했다. 육영재단의 갈등은 이로써 일단락되리라 예상됐지만 두 번째 ‘주인’이었던 근령 씨가 반발하는 바람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츠 연예 부문에서도 <일요신문> 기자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이주노 씨가 본의 아니게 사기혐의로 피소된 사연을 단독 보도했으며 프로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의 돈줄로 알려졌던 홍성은 회장이 실제로는 야구단 운영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던 것도 <일요신문>을 통해 밝혀졌다.

또한 퇴임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운용 전 IOC 위원을 단독 인터뷰하면서 태권도 협회 수장직을 물러날 당시의 비화를 듣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특종으로 보도했지만 다른 매체가 관심을 갖지 않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긴 사례도 적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대로 거액 송사를 벌였던 고춘남 씨(지령 826호 DJ 거액송사 당한 내막)가 대표적이다. 고 씨는 DJ가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던 80년대에 DJ와 측근들의 부탁을 받고 강연 테이프를 제작·배포했다고 주장, 보상을 요구했지만 DJ 측이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송사는 고 씨 측의 패배로 끝났다. 한때 DJ 측에서 합의금으로 500만 원을 제시했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일요신문>이 2008년에도 많은 특종 및 단독보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자들의 근성 때문이었다. 연예부의 한 기자는 올 한 해 두 번의 병원신세를 지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쉬지 않는 근성을 보여줬다.

‘언니 게이트’가 터졌던 지난 8월, 사회부 한 기자는 찜통더위를 무릅쓰고 신사동 일대를 샅샅이 뒤져 결국 김옥희 씨의 집이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다니는 소망교회에서 직선거리로 100m도 안되는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충격과 감동이 교차했던 2008년 특종 퍼레이드. <일요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이 식지 않은 한 그 감동은 2009년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