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나타나 29일 인터넷을 뒤흔들어놨던 미네르바의 ‘대정부 긴급 공문’은 정부의 환율 시장 개입을 경고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내부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패러디 공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며 반박에 나서고 논란이 확산되자 미네르바는 이날 자신이 올린 글 다섯편 모두를 삭제했다.
미네르바는 오후 1시 20분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 1보”란 제목의 글에서 “2008년 12월 29일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 정부 긴급 업무 명령 1호-”라며 아리송한 메시지를 남겼다.
미네르바는 또 “중요 세부 사항은 각 회사별 자금 관리 운용팀에 문의 바람. 세부적인 스팩은 법적 문제상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음. 단 한시적인 기간 내의 정부 업무 명령인 것으로 제한한다”고 썼다.
지난달 2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맹비난한 글을 끝으로 꼭 한달 만이다. 이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부의 환율 시장 개입에 의구심을 표하며 의견들을 쏟아냈다. 또한 미네르바의 글은 각 신문에 실시간 보도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미네르바에 글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네르바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시중은행에 달러화 매수에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머니투데이는 이와 관련 “정부가 최근 국내 시중은행에 연말 달러화 매수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2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당국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국내 주요 시중은행 간부들과 만나 연말 환율 안정을 위한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의 해명이 나온 직후인 오후 4시 40분경 미네르바의 글은 블라인드(글을 다른 누리꾼들이 보지 못하게 하는 조치) 처리 됐다. 다음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관련자의 신고로 블라인드 처리했다”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미네르바는 이어 4개의 글을 연거푸 올리면서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 1보”는 실제 정부가 작성한 공문이 아니라 미네르바가 정부에게 요청하는 글의 형식을 빌린 ‘패러디 공문’인 사실을 드러냈다. 연말 정부의 환율 시장 개입 움직임을 사전에 입수하고 그 정보를 공개해 버린 것이다.
미네르바는 이날 세 번째 올린 “존경하는 강만수 장관님께”란 제목의 글에서 “다 좋다 이거야, 협조 공문이건 정부 업무 명령이건 다 좋은데, 왜 거짓말을 하냐 이거지”라며 “자꾸 통계 수치 오류와 뻔한 거짓말을 대 놓고 하면 일반 기업이나 국민이나 경제 개별 주체간에 서로 믿을 수가 없다, 솔직히 지금 나라 망하자고 할 수는 없잖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말자, 그래야 어떻게든 마음잡고 이제 잘해 보려는 국민들도 많은데 여기에 등에 비수를 박아 넣는 거 아니니?”라고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미네르바는 “아무리 구라 쳐 봐야 거짓말은 100% 다 안다”면서 “요즘에는 실시간으로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보다 영국 런던에서 더 빨리 아는 세상이다, 그런데 자꾸 왜곡하고 속이려 하면 일반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말하기 전에 재경부 내부스파이부터 잡을 생각부터 해라, 외국계 금융 회사 하고 내통하고 있는 놈들이 없을 것 같지?”라며 “이런 걸 정부 기관이나 회사나 보안 라인 누수 현상이라고 하는데 지금 모건 놈들이 한국 상황을 한국 국내에서 보다 더 잘 스캔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고 지적했다.
미네르바는 아울러 “그리고 날 자꾸 좌빨 빨갱이라고 하는데 나만큼 목숨 걸고 달러 벌러 쌔 빠지게 다닌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며 “나 같은 열혈 애국자 늙은이들이 쌔 빠지게 중동 모래바람 맞아 가면서 몸 다 망가지도록 일해서 달러 벌어 왔다. 그런데 보상이 바른말 했다고 좌빨 빨갱이냐?”라고 성토했다.
미네르바는 이어 4번째로 올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서 말하건대”란 제목의 글에서 “아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열혈 애국자 입장에서 피를 토하면서 나라 사랑에 국가 경제를 걱정해서 말을 하는 데도, 나쁜 영감이라고 매국노라고 하네”라며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은 듯한 뉘앙스를 드러냈다.
그는 “나라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이젠 부담스러워서 뭐라고 쓰지도 못하겠네”라며 “이제 나 같은 천민들도 애들 키우면서 다 같이 살 길 찾아보자는 것뿐이다. 참 마음이 짠해 지는 한겨울이다”고 썼다.
미네르바는 “닭을 보이는 그대로 닭이라고 하고, 고양이를 보이는 그대로 고양이라고 하는데 왜 닭을 치킨이나 비둘기라고 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될 뿐이다”라며 “난 이런 문화적 충격이라는 걸 늙어서 여기서 처음 받는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러지는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생각뿐이다”며 “열혈 애국자의 입장에서 강만수 장관님을 걱정하는 것도 죄라니...원”이라고 한탄했다.
네번째 글을 올린 후 미네르바는 오후 7시 20분경 이날 올린 모든 글을 스스로 삭제했다. 이후 오후 7시 24분경 미네르바는 다시 “속상하다.... 그리고 사과 드린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난 열혈 애국자로써 쓴 거 밖에 없는데 나쁜 영감이라니”라며 “잘못이라면 잘못 인정 해야지, 다음에는 올리고 싶으면 고양이 사진이나 올리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강만수 장관님이 알아서 잘 해 주시겠지, 뭐 어쩌겠냐, 많이 배우시고 똑똑하신데”라면서도 “나는 아직도 이 강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뭔지, 알 수가 없는 이 미묘한 문화적 차이가 뭔지 이해는 못하지만 일단 문제가 된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겠다”라고 스스로 글을 삭제한 이유를 밝혔다.
미네르바는 “하지만 이것 또한 문제가 된다면 이해하겠다, 이것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끝에 “꾸벅...... 스미마셍(일본어로 ‘미안합니다’). - 사과문- ”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누군가로부터 사과문을 올리라고 요청받고 ‘사과문’임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문구이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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