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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양축인 수출과 내수가 마비상태로 치닫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예상외로 급속히 침체하면서 수출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11.9%나 감소했다. 20%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이 10%가 넘는 감소율로 돌아선 것은 사실상 수출기반 붕괴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수가 얼어붙었다. 실업과 부채의 이중고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가 4.8%나 줄었다. 이런 상태에서 성장률이 바닥 없는 추락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확산되고 내수붕괴가 가속화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성장을 이끌어갈 투자가 지난해 4분기 16.1%나 감소했다. 수출과 소비 감소 ,투자 위축, 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이 본격화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실업이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10만 개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실업은 근로자에게 경제적 사형선고이다. 대규모의 실업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회는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해체과정을 밟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봄이 고비이다. 이미 실업 상태에 있는 근로자가 300만명이 넘는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이 붕괴를 시작해 곧 대규모의 실업자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에 추가하여 신규 대졸자들의 절반이 사회에 나오자마자 실업자로 전락할 형편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솟아날 구멍이 없나. 경제는 사람들이 잘살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제도이다. 따라서 아무리 위기에 처했다 해도 구성원들이 힘을 합해 대처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살려내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뜻이다. 전쟁터에서 서로 쏜 포화를 맞고 다 같이 쓰러졌을 때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영토를 차지한다. 이렇게 볼 때 어느 나라 경제가 먼저 고통을 딛고 살려내는가에 따라 향후 경제회복 여부와 세계 경제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첫째, 정부는 경제가 비상사태임을 선언하고 노·사·정 타협을 추진해 일자리 나누기부터 해야 한다. 거친 바다를 항해할 때 양식이 모자란다고 서로 싸우면 배가 침몰해 다 같이 죽을 수 있다. 배가 고파도 나누어 먹으며 힘을 모아 노를 저어야 한다. 둘째, 부실기업과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단행해 돈이 돌게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구조조정 시늉만 하고 돈을 풀면 경제는 더 큰 부실 덩어리가 된다.
셋째,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내수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의 자생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대외의존 탈피와 양극화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 넷째,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미래 산업을 발굴하고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고 일본을 딛고 중국을 공략하는 새로운 기업발전 전략이 나오게 해야 한다.
다섯째,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각국에 쓰러져 있는 유망 금융회사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전략을 펴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 10년 전 환란 당시 경제관리 잘못의 대가로 우리나라는 주요 금융회사와 기업의 지분을 대거 외국자본에 넘겨줘야 했다. 이제 우리가 반대로 다른 나라 금융회사와 기업을 인수하는 저력을 보일 때이다. 한마디로 지금 세계 경제는 누가 먼저 일어나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리는 극도의 불확실성 상태다.
정부는 지난 1년의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고 미래를 여는 경제 운영의 새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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