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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이 신입생 선발을 마치고 내년 3월 공식 출범한다. 이에 따라 문과계열의 최고 인기 대학으로 법과대학 대신 경영대학이 부상하고 있다. 학원들이 내놓는 대입지망 배치표를 보면 법과대학이 없어지는 대부분 대학에서 경영대학이 제일 순위다.
이렇게 되자 경영대학을 간판대학으로 만들려는 대학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마다 경영대학 시설과 교수확보에 획기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자신들의 경영대학이 세계적 명성을 갖춘 최고 수준이라는 광고전이 뜨겁다.
전액장학금을 주겠다는 선심공세도 대대적이다. 심지어 재학생과 졸업생을 동원해 우수한 후배를 유치하는 인해전술까지 펴고 있다. 대학들이 경영대학을 간판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 인기 대학이 우수한 입학생들을 유치할 경우 대학 전체의 위상과 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법과대학의 순서로 대학의 순위가 결정되던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는 기회를 틈타 경영대학을 앞세워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의 대학 순위를 바꿔 보겠다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고 인기 대학 입학이 가능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을 인생 낙오자로 만드는 왜곡된 교육을 부채질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문과계열에서 성적이 뛰어나면 자신의 적성이나 자질에 관계없이 무조건 법과대학에 가라는 압박을 부모나 가족은 물론 모든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받아 왔다.
이제 법과대학이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자 대학들은 소속 경영대학을 잘못된 교육의 대리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거나 없어지는 법과대학에 미련이 남은 대학들은 자유전공이라는 정체불명의 학부를 만들어 전문대학원의 준비과정으로 개설하고 있다. 더구나 이중전공·복수전공·부전공 등을 허용해 경영학을 공부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준비가 용이한 상태다. 결국 우수한 학생들은 다른 곳으로 피할 수가 없도록 2중, 3중의 벽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가 가져오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대학의 기본 사명은 학문의 연구와 교육에 있다. 따라서 문과계열에서는 인문학, 이과계열에서는 자연과학이 학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순수학문의 발전을 토대로 학부과정의 교육은 전인교육 형태로 학생들에게 기본 소양과 올바른 가치관을 기르는 것은 물론 학문의 기본체계를 이해하고 합리적 사고의 틀을 갖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특정 학문이나 전문분야의 연구와 교육은 대학원과정에서 심도 있게 실시해 해당분야의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법학이나 경영학은 응용학문으로서 전문대학원의 교육체제를 갖추는 것이 보통이다.
이 같은 과정을 무시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수 학생들에게 무조건 법학·경영학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기본이 부족한 기능공으로서 전문가 교육을 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들에 의한 법질서 유지와 국가 발전은 선진국들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지고, 심한 경우 사회의 기본가치를 훼손하고 편법과 비리를 만연시키는 퇴행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학이 어떤 학문연구와 교육체제를 갖는가에 따라 초·중·고 교육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개인과 사회발전 틀이 달라진다. 국가 발전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 교육은 바로 서야 한다. 대학을 인기 위주의 직업훈련소로 만들고 우수 학생들을 잘못된 제도의 희생물로 만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이 하루빨리 학문을 연구하고 올바른 가치를 창출하는 상아탑으로서의 참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 지망생들을 입시의 형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올바른 인성과 의식을 갖춘 지성인들로 태어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대학들은 인기대학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본연의 학문발전과 교육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야 할 것이다.
이필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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