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새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이경희330 2009. 2. 13. 01:23
새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새 경제팀의 수장인 윤증현 장관은 뚝심 있게 원칙을 지키고 오랜 경험과 강한 추진력을 가진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난 경제팀의 잘못을 과감히 시정하고 올바른 정책을 신속하게 펴서 경제흐름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총장

 

새 경제팀은 100일 액션플랜을 추진 중이다. 재정지출효과 극대화, 서비스산업 선진화, 민간투자활성화 등 세 가지이다. 재정지출효과의 극대화는 경기부양 효과가 직접적인 재정지출의 속도를 높여서 경제회복 효과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방송통신, 광고, 컨설팅 등의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민간투자활성화는 민간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자금 지원, 수도권 규제완화, 세금혜택 등 가능한 모든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플랜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실업대란이 일고 있는 위기상태에서 경기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적절한 대책이다. 그러나 위기를 일단 극복하자는 응급조치이지 부실한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신산업을 수혈하는 새 정책기조는 아니다. 따라서 정책이 소진되면 경제가 더 심각한 위기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새 경제팀은 경제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답부터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지난 경제팀의 잘못이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 명확히 답해야 한다. 경제정책기조를 그대로 둔 채 영혼 없는 충성자로 역할만 한다면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지고 경제는 다시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에 빠진다.

 

 

윤증현 장관은 환란 때 금융정책실 책임자였다. 당시 정부가 왜 환란을 방치했으며, 왜 막지 못했는가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고 이번 금융위기를 해결한다고 한다면 국민은 안도 대신 불안을 느낀다. 더 나아가 윤증현 장관의 과거 행적은 관치금융을 주도했던 직책을 많이 맡았다. 관치주의자인지 시장주의자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니면 정치논리에 따라 잘못된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다음, 새 경제팀은 경제흐름을 올바르게 진단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금융과 실물이 맞물려서 주저앉는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 이를 감안하여 실효성 있는 위기극복대책을 내놔야 한다. 강만수 경제팀은 지난 한해 경제위기 극복대책을 무려 73건이나 내놓았다. 필요한 자금 투입도 39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돈은 안 돌고 경제는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들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실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으로 바꿔야 한다.

 

한편, 경제정책은 속도전이 능사는 아니다.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과 신중히 해야 할 것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규제혁파, 공공부문 개혁, 구조조정 등은 관련자들의 이해를 떠나 신속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과 그린벨트 규제완화, 비정규직 기간 폐지, 방송통신 융합 등 국론이 분열되어 있는 정책들은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급하고 답답하다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이면 경제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릴 수 있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심리적 반전이다. 경제가 극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태에서 새 경제팀이 경제살리기 청사진을 다시 제시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 경제의 주체인 국민들은 하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앞을 다투어 따라나선다. 따라서 급할수록 느리게 가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 경제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보여준 것과 같이 적의 화살로 적을 이기는 새로운 발상의 전략을 펴야 한다. 또한 국민에게 미래를 여는 희망을 불어넣어 사기를 드높이고 우리 민족의 무한저력에 불을 붙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