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따라서 지정학적 위험이 기본적으로 크다. 한편 우리 경제는 소규모이나 완전개방체제이다. 그리하여 외국 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자산가치가 폭등락을 거듭하는 천수답 장세가 나타난다. 금융시장 자체의 위험이 태생적으로 크다. 경제가 지정학적 위험과 금융시장 위험이 복합적으로 고착화해 외부 충격이 조금만 주어져도 시장기반이 흔들리는 불안한 구조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문제는 이러한 금융 불안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경기회복세의 숨을 막는 것이다. 지난 1·4분기 우리 경제는 작년 동기 대비 7.8%의 고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4월 말 현재 취업자 수가 40만1000명이나 늘어났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섰다. 따라서 출구전략을 선제적으로 펴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찾아온 천안함 사태와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재발은 이러한 경제의 재도약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제3의 금융위기 복병으로 잠복해 경제를 불안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이 위기구조를 어떻게 타파하고 다시 성장의 궤도에 들어설 것인가. 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처한 복합적 위험 노출구조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특유의 상시적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절실한 것이 미국과 영속적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일정 한도 내에서 언제든지 달러화와 원화를 교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외화유동성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치앙마이 기금을 대규모로 확대해 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달러 차입에 대한 세금 부과나 외화자산 대비 부채비율 축소, 선물환 거래의 제한 등 단기해외자본의 무분별한 유출입을 막는 규제장치의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이와 같이 금융위기에 대한 방화벽을 마련한 후 당국은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감시체제를 강화해 자금흐름의 이상현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유동성 조절을 적기에 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체제를 갖춰야 경제회복의 불씨가 타오르고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이다. 아무리 정부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을 해도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증권투매, 달러 사재기 등의 과잉행동을 할 경우 정부 노력은 허사가 되고 금융위기를 스스로 재생산하는 재앙을 초래한다.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실로 문제가 되는 것은 외부충격 자체보다도 위기를 이겨내야 하는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이다. 경제가 불안할수록 신중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힘과 지혜를 모으는 국민의 선진 경제의식이 위기관리와 경제도약의 전제조건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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