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교수가 안타까워 하는 중산층과 빈곤층의, 눈물을 거두고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절박한 요구

이경희330 2010. 7. 13. 00:37

   
1분기 우리나라 중산층의 가구당 월 평균소득이 229만 원으로 2008년 1분기 이후 2년간 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나 되는 것에 비해 어이없이 낮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외환위기 이전 전체 가구의 74%에 달하던 중산층 비율이 최근 63%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연 평균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인 계층을 중산층, 50% 미만인 계층을 빈곤층, 150% 이상인 계층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1분기 고소득층의 월 평균소득이 656만 원인 것에 비해 빈곤층의 월 평균소득은 65만 원에 불과하다. 고소득층과 빈곤층 사이 소득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어 경제의 허리가 끊어지는 분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실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 사교육비와 가계부채 부담이다. 지난 2년간 소득은 1% 증가에 그쳤으나 사교육비는 10%, 이자와 세금부담은 20%나 증가했다. 공교육이 거의 붕괴된 상태에서 사교육비의 증가는 신분상승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여 가구당 4100만 원이 넘는데 세금은 계속 늘고 있다. 문제가 악화될 경우 가계의 연쇄파산까지 우려된다.

지난 10년간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무너지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자연히 고소득층의 경제기반은 확대되고 중산층과 빈곤층의 경제기반이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 가격이 구조조정의 덕으로 크게 올라 고소득층은 대규모의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중산층이나 서민층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빚만 느는 고통을 떠안았다. 중산층이 무너질 경우 경제와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잃는다. 소비수요가 감소하여 시장기반이 위축된다. 또 고용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아 성장 동력이 떨어진다. 더 나아가 사회갈등이 심화되어 공동운명체 의식이 사라지고 복지비용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당연히 일자리 창출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중산층의 붕괴현상이 간과되고 있다. 경제운영의 목표를 성장률이 아니라 고용률을 높이는 것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임금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공정한 소득분배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기조를 지양해야 한다. 대신 내수 보호와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등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비 부담을 없애는 강력한 교육개혁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최소한의 주거, 의료, 생계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확충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뜻밖으로 여당이 패배했다. 중산층과 빈곤층의, 눈물을 거두고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절박한 요구가 표심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정치권의 진지한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