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 교수 국민 84% “경기회복 못 느껴” 이명박 정부 실상 알리고 진지한 반성을

이경희330 2010. 7. 10. 04:16
  •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5% 내외에서 5.8%로 대폭 올리고 취업자 증가 수도 25만명 수준에서 30만명 선으로 늘려 잡았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8.1%에 이르고 지난해 대비 5월의 취업자 증가 수가 56만6000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경제목표 달성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는데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4%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 1분기 중위소득의 150%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의 월 평균소득은 656만원이다. 이에 반해 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버는 빈곤층의 월 평균소득은 65만원에 불과하다. 고소득층과 빈곤층 사이 소득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경기가 살아나도 서민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이와 같은 경기회복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을 일자리 창출과 물가 안정 등 서민 생활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정책 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포스트 희망근로사업을 실시해 8만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또 금융공기업이 대출·보증심사를 할 때 고용창출이 우수한 기업을 우대해줘 취업 증가를 유도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은 원칙적으로 동결하되 인상 시에는 그 폭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기·철도·도로통행료 등 주요 공공요금의 원가정보도 이달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서민생활 개선을 위해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하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중증질환 위주로 전환키로 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나? 한마디로 근본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포스트 희망근로사업은 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시한부 성격이 강하다. 더군다나 소요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하여 중앙정부의 짐을 떠넘기는 정책이다. 또한 고용창출이 우수한 기업을 금융공기업이 우대해주도록 하는 정책은 관치금융의 성격을 띠어 거꾸로 자원분배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공공요금의 동결원칙은 공기업의 경영악화로 요금의 현실화를 강조했던 기존의 정책기조와 어긋난다.

    현재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고용 없는 회복이다. 체감경기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가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이다. 지난 5월 우리나라 고용률은 60.0%로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0월의 고용률과 정확히 같다. 경제가 성장한 것이 아니라 겨우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이전되면서 세계경제가 더블딥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고용 없는 경기회복도 다시 위축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경제정책 목표를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고용률을 높이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주도하는 고부가가치의 내수 및 서비스 산업 발전에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창업활성화를 위한 신산업 개발은 물론 규제, 조세, 금융상 지원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기조 변화는 서민경제의 회복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의 불안과 관계 없이 우리 경제가 스스로 살아나는 자생적 구조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뜻밖으로 여당이 패배했다.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날로 피폐해지는 서민경제를 살려달라는 절박한 요구가 표심으로 나타났다. 실로 서민경제의 실상을 정직하게 알리고 올바른 정책을 펴 서민들이 믿고 따라 나서게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진지한 반성과 발상전환이 요구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