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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책임 떠넘겨 대여금고 폭로"

이경희330 2008. 3. 3. 23:55
신씨 “조형물 리베이트 박관장에 전달”…박문순 “모르는 일”
신씨 소유 ’움직이는 고요’ 1점 ‘작가가 준 것’
연합뉴스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정아씨는 3일 “성곡미술관 전시와 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나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려 해서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대여금고 존재사실을 폭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이날 서울 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시회나 기업 조형물 설치 등을 두고 나와 관련된 금전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이건 아니다’ 싶어 쌍용 (대여금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박문순 관장의 부탁으로 대여금고를 만들었다”며 “금고를 만들자마자 열쇠를 모두 박관장에게 줬고 그 내용물도 박관장 개인의 보석이나 돈일 것으로 추측했을 뿐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검찰은 신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신씨가 기업체 등에 조형물 판매를 알선해 주는 대가로 조각가들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며 신씨 명의의 대여금고에서 2억 원 상당의 외화도 찾아냈었다.

이날 공판에서 신씨는 기업체 신축건물 조형물 설치를 둘러싼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조형물 설치 공사 이후 받은 돈은 모두 쌍용건설과 박문순 관장에게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 3월 조형물 설치후 작가에게 받은 1천여만원을 쌍용건설과 박관장에게 절반씩 주는 등 2004년부터 모두 1억1천만원을 박관장이나 쌍용건설측에 갖다 줬다”며 “돈을 전달할 때 ’동대문 현장 중도금이다’는 식으로 말하면 박 관장이 ’알았다’며 가져가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신축건물에 설치할 조형물을 어느 작가에게 맡길지는 모두 신정아씨가 판단했고 나는 돈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관장은 “2006년 하반기에 신씨가 ’조형으로 벌었다’며 900여만원을 가져오길래 놀랐다”며 “솔직히 신정아가 준 돈은 기분 나빠서 쓰고 싶지 않았지만 관계가 깨질까봐, 우리 직원이니까 받았을 뿐이며 돈받은 날짜와 금액은 모두 기록해뒀다”고 진술했다.


한편 신씨는 변양균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장관실 앞에 전시했던 윤영석 작가의 ’움직이는 고요’ 작품을 구성하는 4점의 그림 가운데 1점을 자신의 집에 걸어뒀던 데 대해 “작가가 줬기 때문에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을 가보니 그림 4점을 모두 넣으면 공간이 너무 빡빡해질 것 같아 기획예산처 직원과 상의해 3점만 걸기로 했다”며 “작가에게 1점이 남는다고 알려주자 ’신 선생이 가지라’고 해서 내가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미술은 설치 공간에 따라 큐레이터가 얼마든지 한 점을 추가하거나 없앨 수 있다”며 “작품을 횡령했다는 얘기는 정말 구차스럽고 비참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정부기관의 그림을 횡령하겠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신씨는 또 “박문순 관장은 내가 모시는 분이기도 했지만 변양균 실장은 내가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었다”며 김석원 전 회장의 석방 과정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김 전회장 구속 이후 박 관장이 재판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다”며 “변 실장에게 물어보니 ’내가 알수 있는 게 아니다. 혐의가 개인횡령이라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 말미에 ’그동안 (박관장에게) 서운했던 점이 있다면 말해보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몸담았던 미술관에 피해를 입혀 죄송스럽다”면서도 “모든 걸 바쳐 열심히 일했는데 (수사가 시작된 뒤) 내 책상까지 다 치워놓은 모습을 보며 참 사회생활이 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