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말 소비자 물가는 2.7%로 지난해 7월, 5.9%를 기록한 이후 최저이다. 이 가운데 경기가 살아 날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고용, 생산, 소비, 투자 등 향후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10대 선행지표가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서민들의 생활고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배추 300%, 닭고기 50%, 우유 35%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택시의 기본요금이 500원이나 오르고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기 발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내리는데 서민들의 물가고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물가지수가 서민들의 생활형편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수요가 크게 떨어지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필수품은 원자재 가격과 환율상승 등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서민들은 실직이나 감봉 등으로 일반 상품소비는 거의 못한다. 생활필수품만 어쩔 수 없이 소비한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급등하는 물품만 소비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은 떨어져도 서민들의 물가고는 계속 커지는 것이다.
한편,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하나 이 역시 서민들의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있다. 경기의 추락속도가 떨어진 것이지 추락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1%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3%나 떨어졌다. 아직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는 뜻이다. 설령 경기가 회복 된다 하더라도 거품의 성격이 있다. 정부가 건설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8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은 계속 늘어나고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된다. 지난 4월 일자리가 18만 8천개 줄었다. 지난 1년 사이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비율이 8.41에서 8.68로 높아졌다. 서민경제가 계속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서민경제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지표와 관계없이 물가와 실업의 2중고가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규제완화, 감세, 건설경기부양 등 일부 기업과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경제정책을 벗어나야 한다. 대신 내수회복, 창업, 중소기업육성 등 중산층과 서민이 주축이 되는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제의 몸통인 이들이 살아나지 않는 한 어떤 경기회복도 의미가 없다.
이필상(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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