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명박 정부 경제운용 기조도 고쳐야 한다

이경희330 2009. 6. 11. 01:42
  •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경제가 뜻밖의 대내외적 충격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인해 정국불안과 사회혼란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문에 지정학적 위험도가 높아졌다.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경제가 방향감각을 잃고 다시 침체의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사안으로 당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 관련 법안의 국회처리를 어렵게 하고 노사분규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정부정책이 벽에 부딪히고 사회갈등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

    6월 국회에서 처리 예정인 법안은 미디어법, 금융지주회사법, 비정규직법 등 핵심 경제 관련 법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은 경제회생 차원에서 정부가 시급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결같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야권이 더욱 강경한 투쟁태세로 나올 경우 이 법안의 정상적인 국회처리는 거의 어렵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처리가 무산되면 정부는 경제 살리기 정책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친기업정책을 추진하며 노동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론의 기류가 친진보나 노동으로 흐른다면 정부는 자연히 힘을 잃고 노사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사분규가 전 산업 현장에서 가열돼 경제·사회적 불안이 확산될 소지가 크다.

    문제가 악화될 경우 정부는 기존의 모든 경제정책도 지속적인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기조는 보수성향의 정책이었다. 따라서 규제완화, 세금감면 등의 정책이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불만을 낳고 있다. 더욱이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건설공사를 벌이는 것은 경기부양 대신 투기부양을 먼저 불러와 서민보다는 일부 기업과 불로소득 계층에 특혜만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정책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한편 북한의 2차 핵실험이 경제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그러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례로 보아 북한 핵 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경제위험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다행히 이번에도 금융·외환시장은 아직 큰 동요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계속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안보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이 확산돼 경제불안이 증폭되고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이 유출되고 수출기조가 흔들리면 경제는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성에 빠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정부가 흔들리면 안된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경제불안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가 시급히 서둘러야 할 일이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국민이 정부정책을 신뢰하면 위기가 닥칠 때 국민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신뢰가 없는데 위기가 닥치면 통제하기 어려운 분열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진보와 보수 모든 계층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경제정책 운용 방식을 강경 일변도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바꿔야 한다. 더 나아가 필요한 경우 인적 쇄신도 병행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국정운영 기조를 개선해 신뢰기반을 구축하고 국민의 염원인 경제 살리기에 다시 희망이 솟게 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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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9.06.01 (월) 20:57, 최종수정 2009.06.01 (월)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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