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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적성시험(LEET)을 시작으로 로스쿨 입시가 사실상 막이 오른다.

이경희330 2008. 8. 5. 00:11
로스쿨 입시 ‘변별력 확보’ 고심
“LEET·학부성적 변별력 확보 어렵다”
심층면접 방식·실질반영률 조정 고민
오는 24일 법학적성시험(LEET)을 시작으로 로스쿨 입시가 사실상 막이 오른다. 그러나 대학들은 로스쿨 입시에서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LEET·학부성적·영어성적 등 주요 전형요소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심층면접 방식을 고민하거나 전형요소별 실질반영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지 고심하고 있다.

1차 전형(LEET·학부성적·영어성적 등)을 통해 합격자의 7배수 이내를 선발하는 인하대는 2차 전형에서 다양한 방식의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릴 예정이다. 김민배 법과대학장은 “2차전형에서 LEET나 영어성적은 비슷한 점수분포를 보여 변별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심층면접을 통해 옥석을 가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토론이나 프리젠테이션 방식의 면접을 검토하고 있다.

심층면접 점수를 40%나 반영하는 고려대는 서면질의와 대면질의로 나눠 면접을 진행한다. 지난달 19~20일 치러진 고려대 로스쿨 모의면접에서는 서면질의 10문제와 대면질의 3문제가 출제됐다. 서면질의에서는 △이주노동자 자녀의 교육권 문제 △체세포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얻는 이종배아 실험을 둘러싼 찬반 문제 등이 출제됐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법률공부를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법학에 관한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실시해 그 결과를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논란은 근본적으로 ‘변별력 확보 고민’에서 기인했다. 모의면접 문제 출제를 맡은 고려대 교수는 “LEET·학부성적 등의 전형요소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가운데 로스쿨 수학능력을 가진 자를 가려내기 위해 출제한 문제들”이라며 “사회현상에 대한 합리적 판단력과 분석력, 균형 잡힌 사고력을 보고자 했을 뿐 법학지식을 물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고려대는 법과대학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전공성적이나 법학적성시험에 의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그러나 로스쿨에서의 학업을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들을 평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며 모의면접의 출제방향을 설명했다.

실제로 로스쿨 개원을 준비하는 대학들 중에는 LEET로 로스쿨 입시의 변별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는 대학이 많다. 한양대 오윤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와 법체계(성문법)가 다른 미국(불문법)의 로스쿨 입학시험(LSAT)를 모방한 LEET가 우리나라의 법률가적인 적성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LEET가 성문법적 규약을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학들은 오는 24일 치러지는 LEET 문제를 분석한 뒤 실질반영률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선발에서 LEET의 명목반영비율을 30%로 정한 이화여대는 실질반영률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문현 법과대학장은 “처음에는 LEET가 로스쿨 입시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봐서 반영률을 30%로 정했지만,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실질반영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법학적성시험이 국문학, 철학 등 특정분야 전공자에게 유리하게 출제되면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학부성적도 대학간 편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법대 교수는 “서울대와 지방대를 나온 사람 간에 엄연한 실력 차가 존재하는데 이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본다는 것은 무리”라며 “학부성적에 대한 실질반영비율을 낮추는 대학들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평준화를 실시하는 고등학교 사이에서도 학력 차이가 존재하는 데 서열화 된 대학은 더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일부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파장이 일었던 만큼 학부성적 반영방법은 일종의 ‘딜레마’로 볼 수 있다. 송옥렬 서울대 법대 부학장은 “평준화되어 있지 않은 각 대학의 학부 성적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학별 학부성적을 차등적으로 반영하면 출신학교로 로스쿨 입학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을 살 것이기 때문에 대학들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LEET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변별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란 지적도 있다. LEET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유사한 원리에 의해 출제되고 있는 PSAT(공직적격성평가)를 여러 번 출제해 왔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봉철 성균관대 법과대학장은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과목으로 출제되는 LEET도 전문가들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종수 교수도 “아직 실시되지 않은 LEET에 대한 변별력 여부를 판가름하긴 어렵다”며 “이미 교육과정평가원이 PSAT 등을 여러 차례 실시해왔기 때문에 변별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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