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고통 없게 자율화 이룰 것"
[인터뷰]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

그러나 박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조정자라기보다 대학과 정부, 대학과 국회, 대학 간에 소통과 매개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대학 간 이해관계 차이를 인정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 공약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지난달 28일 임명된 이후 부서별 업무보고와 직원 면담, 자체 조직 진단을 위한 발전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하며 업무 파악에 바쁜 박 사무총장을 지난 1일 만났다.
- 평가관리부장 이후 16년 만에 다시 대교협에 근무하게 됐다.
친정에 온 것 같기도 하고, 고향에 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의도 시대와 지금 상암동 시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단위기관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시대로 전환됐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에 사무총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특히 상암 지역은 미디어센터와 월드컵 경기장이 자리하고 있어서 대교협의 미래 비전 역시 자율화와 정보화, 세계화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 논문 이중게재 문제 때문에 취임이 한 달 정도 늦춰졌다.
“60년 동안 살면서 성실성과 공정성을 제1의 신조로 삼았다. 논문 이중게재나 자기 표절, 연구비 이중 수령은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 그게 불거지고 나서 교육과 연구로 보낸 40년 동안의 탑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유야 어쨌든 형식면에서 오해를 살 여지를 남긴 것은 학문적 기준으로 볼 때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누를 끼친 데 대해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자율화 시대에 대교협의 역할도 조금 변하고 있다.
자율화는 공공성과 자주성이 적절히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자율화라고 하는 것은 협의회나 대학, 정부, 더 나아가 국민의 성숙 정도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새 정부 들어 단위학교의 자율적인 책임경영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여기에는 학생선발권, 거버넌스 및 경영권, 인사권, 재정권, 교육과정권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이들을 단계적으로, 전략적으로 대학에 돌려주는 것이 앞으로 협의회가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 방향은 대학에 자율을 줬을 때 그에 따른 역기능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현상이 생긴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자율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 대교협의 조정 역할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는데.
대교협은 자율적인 협의기구다. 대학 간에 소통이 유연하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사무총장이 이것을 이끌어나간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대학들이 모여서 대화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하고 거기서 생산적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사무총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인내하면서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 서울과 지방, 선발대학과 후발대학 간의 이해관계 차이를 인정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공약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무총장은 ‘조정자’라기 보다는 소통자와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입시와 함께 대학평가 역시 대교협의 중요한 역할인데.
대학 경영은 크게 보면 기획하고 실천하며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학을 운영하려면 평가는 필수적이다. 다만 과거의 평가가 외부적 평가, 강제적 평가, 서열적 평가였다면 이제 자체적 평가, 자율적 평가, 질 보증 평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경영진단이나 발전계획 수립, 재정평가 등을 통해 컨설팅 중심의 대학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네스코나 EU국가들의 고등교육 질 보증 지침은 제3자에 의한 외부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자체평가만 의무화되어 있다. 25년간 대학평가를 해온 대교협이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아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통해 5년 내지 10년 주기로 대학을 평가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 고등교육연구소가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는 것 같다.
정책 연구도 중요하지만 대교협은 대학의 현안문제나 정책과제를 선정하고 방향을 잡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모니터링을 통해 대교협이 총장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보직자를 위한, 학과장을 위한, 진정한 의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기구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져 본다. 앞으로는 총장만을 위한 기구라는 생각을 조금 버려야 협의회가 살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좀 멀게는 국민들까지 염두에 둘 수 있어야 한다.
-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화두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 재정을 국제적 수준으로 확보하고, 대학의 질적 수준을 세계화하는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오이시디 국가의 65% 수준이고 고등교육예산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된다.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예산 증액을 통해 최소한 대학 예산을 OECD국가 평균 수준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총장님들하고 대학이 같이 노력해야 된다. 대학의 질적 수준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평가 준거와 기준 도입이 절실하다. 기준 자체가 국제적 수준이 되어야 우리 대학들이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 임기가 끝난 후 어떤 사무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직원들한테 항상 즐겁게 일하자고 강조한다. 2년 뒤가 아니라 세상을 떠날 때 ‘그때 참 열심히 일했어’ 하는 생각을 갖고 눈을 감기를 바란다.
대담=심준형 발행인 / 정리=권형진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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