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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폐지로 대학위상 가늠하는 척도로 부상‘경영대 키우기’ 경쟁 뜨겁다

이경희330 2009. 1. 6. 00:00

법대 폐지로 대학위상 가늠하는 척도로 부상
장학금 늘리고 시설투자·특성화 등 특색 찾기

법과대학 폐지 이후 대학의 ‘간판’으로 등극하기 위한 경영대학들의 노력이 상당하다. 경영대학이 대학위상을 결정하는 척도로 부상함에 따라 대학 간 경쟁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을 확충하거나 명품 인재 양성을 위해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있는 것. 상경대학에서 경영대학을 따로 독립시키고, 경영대학 독립 건물을 세우는 대학도 있다. 또 사회적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세부 분야를 특화시키는 경영대학도 늘고 있다.

◆우수학생 유치에 ‘사활’=법과대학이 폐지되면서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영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대입 정시를 앞두고 불붙은 ‘장외 연고전’이 대표적이다. 고려대는 이번 정시모집에서 수능 우선선발로 뽑는 209명 중 경영대 선발인원 66명에게 4년간 전액장학금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위쪽 왼쪽부터 서강대 경영대, 고려대 'G50 경영관', 경희대 '오비스홀', 한양대 경영대, 연세대 상경대, 고려대 경영대 수업.

고려대 경영대학의 한 교수는 “서울대 법대가 폐지되면서 서울대 경영대학이 다 수용하지 못하는 우수학생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도 이에 질세라 수능 우선선발로 뽑는 학생 60여명에게 4년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연세대는 일반전형 합격생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학생에게도 4년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이 같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은 2009학년도 입시부터 계열별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따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는 사회계열로 선발했지만, 올해는 1학년부터 경영계열로 따로 뽑아 전공기초과목을 가르치겠다는 것. 백태영 경영대학 부학장은 “이번 입시부터 독립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해 회계원리·경영통계·경영원론 등 기초전공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균관대는 글로벌 경영계열 120명을 선발, 이중 70%에게 4년간 전액장학금(삼성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나머지 30%에겐 반액 장학금이 주어진다. 현선애 경영대 교수는 “현재 우리 학교는 수능 상위 1% 이내이면 삼성장학금을 받는데, 글로벌 경영계열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70%가 이 장학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쿨이 개원하기 전까지 인문·사회계열에서 대학 서열을 결정짓는 척도는 법과대학이었다. 그러나 로스쿨 개원에 따른 법대 폐지로 경영대학이 대학 위상을 결정짓는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김양민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영대학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발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지난 9월부터 경영대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다. 경영대 교수 5명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은 최근 ‘경영대학 학부 발전전략’을 마련, 지난달 중순에 열린 교수회에 이를 보고했다.

발전전략은 경영대학의 국제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년 1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고, 영어강의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김양민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중국 하얼빈공대 등 우리와 양해각서를 맺은 대학에 매년 100명의 학생들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강대는 현재 21.84대 1인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을 15대 1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 50명인 전임교수를 4~5년 내에 69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으로 경영대 키우기=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경희대는 지난해 11월 신축 경영대학관인 ‘오비스홀’을 완공했다. 지난 2005년에 공사를 시작, 3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된 오비스홀은 2만3074㎡(약 7000평) 규모에 연구실과 강의실, 강당을 갖춘 초대형 건물이다.

경희대 경영대학은 오비스홀 신축을 기점으로 수원캠퍼스 소속 교수들이 합류하게 된다. 이미 2005년 양교 간 통합을 선언한 경희대는 수원 소속 교수들이 올라오면 교수 숫자가 65명으로 늘어난다. 수원캠퍼스는 2005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 1인당 학생수는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대학본부로 집중되던 발전기금도 일부 경영대 발전을 위해 배정된다. 김건우 경영대학장은 “경영대학이 모금한 발전기금은 지금까지 대학본부로 들어갔지만, 올해부터는 이중 일부를 경영대학이 쓸 수 있게 됐다”며 “학장 재량 하에 장학사업이나 해외학생 파견시 수업료 지원 등에 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대학을 학교의 간판으로 키우기 위해 독립시키는 대학도 있다. 한국외대는 신년부터 국제통상학과, 경제학과와 같이 있던 경영학과를 분리, 경영대학으로 독립시킨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어학과 지역학을 접목, 새 경영대 커리큘럼도 개발 중이다. 김성재 경영대학장은 “학교에서도 경영대학을 육성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경영대학을 분리 독립시키는 것”이라며 “동문 모금을 통해 경영대 건물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특성화로 경영대 경쟁력 강화=특성화를 통해 경영대학을 육성시키는 대학도 있다. 한양대는 올해부터 파이낸스 경영학과를 신설했다. 예종석 경영대학장은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산업의 전문지식과 실무를 겸비한 글로벌 금융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파이낸스 경영학과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스 경영학과 신입생들은 재무·금융 등 전공기본과목과 경제학·수학 등 연계과목을 폭넓게 이수하게 된다. 특히 외국어 ·수리 ‘나’가 모두 1등급인 학생에 대해선 4년간 반액 장학금이 지원된다.

건국대는 경영대학 내 경영학과 공학 분야를 융합한 기술경영(MOT)학과를 신설했다. 기술경영 인재는 기업의 연구개발(R&D)전략 수립부터 개발된 기술의 관리, 신기술의 제품화까지 모든 업무가 가능한 인재다. 건국대는 이 분야의 선도대학을 목표로 석·박사과정인 ‘밀러MOT스쿨’도 설립했다.

기술경영의 창시자인 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대 명예원장으로 영입,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열도록 했다. 밀러 교수는 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기술경영 강좌를 개설, MOT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오세경 경영대학장은 “로스쿨 개원에 따른 잉여정원을 경영대학에 배정해 기술경영학과를 신설한 것은 학교차원에서도 경영대학을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고대 경영대학 자존심 싸움


           인재 유치·양성 위한 ‘인풋’ ‘아웃풋’ 경쟁


장학금 혜택을 내세우며 우수학생 유치전쟁을 벌인 연·고대 경영대학간 자존심 싸움도 볼 만하다. 고려대가 수능 우선선발 학생 전원에게 4년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하자, 연세대가 수능우선선발 학생 전원과 일반전형 상위 10%의 학생에 4년 전액장학금을 주겠다고 맞불을 놨다. 김태현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고려대의 광고에 위기감을 느껴 장학금과 관련한 대응에 나섰다”며 “30억원 정도의 재원은 내가 직접 모금을 해서라도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번 정시모집 광고에서 정시모집 광고에서도 고려대는 ‘서울대보다 다 좋다’는 광고로 서울대와 연세대를 자극했다. 연세대는 ‘연세경영 NO.1’이라는 광고문구로 자교가 국내 최고임을 강조했다. 이어 양교 학장들은 언론을 통해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신입생 유치만이 아니다. 우수인재 양성에서도 양교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은 ‘글로벌 비지니스 스쿨’을 지향한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이미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이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고려대 경영대가 국제화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영어강의 비율은 55%에 달하며, 외국인 전임교원은 9명이다. 겸임교수를 포함하면 35명이 외국인 교수다. 외국인 학생 수는 교환학생을 포함해 340명에 이르며, 해외 파견학생은 150여명이다. 매년 약 100명의 학생들이 외국 기업에서 실무경험을 쌓는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는 오는 2015년까지 전임교수 수를 현재 82명에서 13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16.7명인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15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 또 내년 5월에는 ‘G50 경영관’도 신축된다. 총 1만578m²(3200평) 규모에 연구실·강의실·스터디룸·복지공간 등을 완비해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진다. 장하성 경영대학장은 “G50은 아시아 최고, 세계 50위권 안에 들겠다는 경영대학의 비전을 담은 것”이라며 “동문들의 모금으로 3분의 2를 충당해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현재 상경대학과 건물을 같이 쓰던 데서 벗어나 신년에는 경영대 독립건물을 신축한다. 2만3140m²(7000평) 규모에 지하 4층 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공사비만 무려 7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연구실·세미나실·전자도서관·강당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연세대는 특히 로스쿨 진학생을 위해 법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커리큘럼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태현 경영대학장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경영학과 법학을 접목한 비즈로트랙(Biz-Law Track)을 봄 학기부터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트랙을 이수한 학생에겐 ‘비즈로 트랙 인증’을 수여한다. 어학·논리학 관련 학부 기초과목에 더해 상법, 회사법,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을 30학점 이상 이수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연세대는 학생들에 대한 밀착교육과 멘토링 제도에 주력하고 있다. 학생 모집을 교수가 직접 공지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아 지도교수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교수가 ‘서비스 기획에 관심 있는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면 이에 관심 있는 학생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쌍방향 지도교수제’로 불린다.

연세대는 또 동문 CEO 한명과 학생 4~5명을 한 그룹으로 편성하는 멘토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학장은 “지난 2007년부터 동문 중 최고 경영자를 일주일에 한명씩 모셔 특강을 열고, 이후 학생들과 저녁을 같이 하는 연경리더스포럼도 열고 있다”고 밝혔다.